[ET톡]ABB는 대구 굴기의 무기

홍준표 대구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3년이 '대구 굴기(起)'의 원년”이라 선언했다.

'굴기'는 보잘것 없는 신분으로 성공해 이름을 떨친다는 뜻이다. 대구가 30년 쇠락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우뚝 솟아오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미래 신산업에서 나온다.

대구시는 민선 8기를 시작하며 도심항공교통(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ABB(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5대 미래 신산업 집중 육성계획을 내놨다. 이들 미래 신산업 중 ABB가 가진 의미는 색다르다. 나머지는 산업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ABB는 모든 산업에 생명을 불어넣는 혈액과도 같다. 산업혁신에 속도를 붙여 지역은 물론 국가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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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역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업무협력을 맺고 디지털혁신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은 이를 기반으로 현재 2조원 규모 ABB 8대 프로젝트 만들기에 한창이다.

대구가 보유한 ABB 분야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구는 자동차·의료·정보기술(IT) 관련 40여개 연구개발(R&D)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금오공대 등 IT·바이오기술(BT), 반도체, 인공지능, 자동차, 전기전자 관련 특성화대학이 연간 이공계 인력 1만7000여명을 배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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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300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포진한 대구수성알파시티는 한강 이남 최대 디지털혁심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에는 자동차, 기계, 로봇, 의료 등 ABB와 접목할 수 있는 제조산업이 풍부해 산업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

마침 올 하반기에는 ABB관련 대형 국제학술대회가 대구에서 줄줄이 열린다. AI로봇 소프트웨어 관련 국제회의 'RSS 2023(Robotics:Science and System)', 국제지능시스템학회 주최 'IFSA 2023', 비디오 신호처리 기반 보안 국제학술대회 'AVSS 2023', 'IHCI(Intelligent Human Computer Interaction)' 등 굵직한 행사다. 지역업계는 이들 국제학술대회가 ABB와 연계,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래 신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대구시민의 반응과 기대치도 높다. 최근 리서치코리아가 대구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BB 기반의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 등 대구시 5대 미래 신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76.1%가 긍정 평가를 내놨다.

굴기는 아무런 계획이나 노력 없이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민 관심과 지지, 업계 노력, 지자체 지속적인 투자 등 삼박자가 맞아야 실현된다. ABB가 단순한 산업의 성공을 넘어 지역경제 전체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굴기의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