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수출 부진에 민간소비마저 꺾여 경제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올해 연간 예상 성장률인 1.7%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022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속보치)이 마이너스(-) 0.4%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했던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우리나라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후 3분기(2.3%), 4분기(1.2%), 2021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2%), 4분기(1.3%), 지난해 1분기(0.6%), 2분기(0.7%), 3분기(0.3%) 9개 분기 연속 성장했다.
4분기 역성장에도 우리 경제는 지난해 연간 기준 2.6% 성장했다. 이는 한은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2021년(4.1%) 이어 2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0.7%)에는 코로나19로 역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었다.
수출은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5.8% 줄었고, 수입은 원유와 1차 금속제품 등이 감소하면서 4.6% 준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2.9%)와 3분기(1.7%) 살아났던 민간소비도 감소세(-0.4%)를 보였다. 가전제품, 의류 및 신발 등 재화와 숙박음식,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설비투자는 2.3% 늘어나는 데 그쳐 3분기(7.9%) 대비 증가 폭이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정부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3.2% 증가했고, 건설투자도 비주거용 건물건설 중심으로 0.7% 늘었다.
4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이 -0.6%포인트(P), 민간소비가 -0.2%P를 기록했다. 수출과 소비 감소가 성장률을 0.8%P 깎아내렸다는 뜻이다.
반면에 정부소비 기여도는 0.6%P, 건설투자 0.1%P, 설비투자 0.2%P 등은 성장률을 높였다.
올해가 더 문제다. 새해 들어서도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인한 소비 감소세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하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한은과 정부는 올해 1분기엔 다시 플러스(+) 성장을 나타내고 하반기에는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주요국 경기 둔화 정도와 중국 경제 회복 속도 영향 등을 볼 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1분기 기저효과, 중국 경제 리오프닝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및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