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인한 '난방비 폭탄' 논란에 정부가 발빠른 대응에 나선 가운데 정치권은 원인과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계속했다. 설 명절 직후 난방비 이슈 몰이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권의 무능과 부자 감세에 따른 취약층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인상 요인을 후임 정부에 떠넘긴 폭탄 돌리기라고 맞섰다.
26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난방비 대책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이 골자다.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 질환자 등 추위에 취약한 117만6000가구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 확대했다. 하위 160만가구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할인 폭도 한시적으로 현재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까지 두 배 늘린다.
이날 대책은 설 명절을 기점으로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파와 그로 인한 난방비 폭탄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제기된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난방비 논란이 쟁점화되기 전에 정부와 여당이 발빠르게 진화에 나선 셈이다.
야권은 연일 난방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려고 했던 노력의 극히 일부만 쏟아도 난방비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25일에 이어 26일에도 난방비 인상 관련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당 차원으로는 정부·여당에 약 7.2조원 규모의 긴급민생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정치권의 난방비 논란은 원인을 둘러싼 책임공방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난방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등 외부 변수 등은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쟁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예견된 것”이라며 “정부가 대책 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 탓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 키운 문제를 후임 정부에 떠넘기고 비판한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뒤집어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10배 상승했다. 미국은 218%, 영국은 318% 가스요금을 인상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38.5% 인상했고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동결했던 요금을 선거 직후 겨우 12% 인상하는데 그쳤다”라며 전 정부 가스요금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어 “가스공사는 구입가격보다 싸게 팔면서 무려 9조원의 차액적자를 보고 있다”라며 “난방비 폭등으로 민주당이 현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뻔뻔한 행동”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야권의 지적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최상목 경제수석도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가스요금이 폭등한데다, 우리나라는 다른나라와 달리 요금 인상을 억제해왔다”라며 야권의 지적을 에둘러 반박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