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름과 사진을 도용, 소위 '이재용 코인'을 판매한다며 접근하는 사기조직이 활동을 확대함에 따라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명함에 삼성 로고를 그려넣고 스스로를 삼성그룹 관계자로 소개하는 등 대담한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 코인' 등 허위 사실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 등지에서 광고를 통해 확산 중이다. 이들은 삼성·현대 그룹 회장이나 빈 살만 사우디 황태자 등 유명인물이 투자하는 사업과 연계된 코인이라며 '1000%' 수익률 보장 허위 광고를 게시 중이다. 유튜브 중간 광고 등을 통해 다수에게 노출되면서 일부 영상은 조회 수 60만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상은 삼성전자의 3나노 반도체 기술 혹은 사내벤처 C랩 투자 이력 등 특정 코인과 무관한 기사를 언급하며 코인 투자를 부추겼다. 표기된 전화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남길 경우 '삼성전자가 만든 코인 정보를 알려주겠다'고도 했다.
연락을 남긴 투자자에게는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삼성 로고가 찍힌 가짜 명함을 보여주면서 피해자를 안심시켰다. 삼성페이와 연동이 예정돼 있는 코인이라며 가짜 정보를 흘렸다. 기존 송출된 실제 언론 기사에 자신들이 추천하는 코인 이름을 끼워 넣은 가짜 기사도 만들어 유통했다.
코인이 유명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싼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코인 프리세일' 수법이 주로 사용됐다. 'T코인' 'M코인' 등 실제 유통 중인 코인과 유사한 명칭과 티커를 써 혼란을 가중시켰다. 피해자가 돈을 입금하면 그에 상응하는 코인이 피해자의 앱에 나타나도록 구조를 설계했다. 마치 수익이 나는 것처럼 코인 숫자를 늘리거나 조작해 피해자가 투자 입금을 하도록 유도했다. 코인에는 '락업'이 걸려있다고 안내해 현금화 시도를 막았다.
삼성전자는 코인 사기에 빈번히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코인 사기에 취약한 노년층이 익숙한 기업의 명칭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넥스트 등이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를 단행한 사례는 있지만, 삼성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거나 발행한 코인은 현재로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이재용 회장이 직접 언급했다는 '이재용 코인'의 존재도 사실무근이다.
유명인의 인지도를 이용한 코인 사기극으로는 지난 2019년 4500억원 규모 피해를 낸 '코인업'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합성한 유인물을 홍보에 활용해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빚었다. 코인업 대표 강모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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