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세미콘이 국내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에 새 기록을 작성했다. 종합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팹리스로는 이례적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26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LX세미콘 2022년 연간 매출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넘었다. 매출액 2조1193억원, 영업이익 3106억원이다. 2020년 1조원을 첫 돌파한 지 2년만에 거둔 성과다. 이 회사는 2021년 1조89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2조원을 넘으며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호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예고됐다. LX세미콘은 상반기에만 1조1842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에 이미 1조원을 넘었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이 주력인 회사다. DDI는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를 동작하는 반도체다. 박막트랜지스터(TFT)를 통해 레드·그린·블루(RGB) 서브픽셀을 제어하기 때문에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LX세미콘의 '2조 달성'이 주목되는 건 국내 팹리스 업계에서 드문 실적이기 때문이다. 종합 반도체 업체이자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실적은 매우 열악하다. 1조 클럽 가입도 거의 전무할 정도다.
LX세미콘은 1999년 설립된 국내 1세대 팹리스로서,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해 매출 2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한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DDI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는 기술이 고난도로 발전해 투자가 필수인 데, 규모가 작으면 해외 대형 기업과 경쟁이 힘들다. 삼성전자 외 글로벌 시장에서 뛸 수 있는 팹리스 기업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는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모니터 등 정보기술(IT)용 디스플레이 IC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2014년 6월 LG계열 회사로 편입 이후 TV와 모바일용 DDI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LX가 LG에서 계열 분리된 후 현재의 LX세미콘이 됐다. LX세미콘은 삼성전자, 대만 노바텍과 함께 세계 3대 DDI 회사로 꼽힌다.
LX세미콘은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로 DDI가 부족, 수혜를 입은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향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회사의 과제가 되고 있다. LX세미콘은 가전, 모바일에 이어 자동차 전장 분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자동차 부품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방열기판 등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도체 팹리스 전문 기업으로서 매출 2조원 달성은 의미가 크다”며 “LX세미콘이 2조원 달성은 글로벌 10위권 팹리스 기업으로 성장할 원동력이 될 수 있는데 대외 시장 환경 변화, 수익 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