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샌드박스 제도에 엇박자를 내며 혁신사업 실증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업이 관련 부처에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음에도 관할 구청에서 해당 서비스 활용을 거절하고 있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레디포스트는 지난해 말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언택트 총회에 대해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총회 의결방식은 출석 및 서면 의결이 원칙이지만 재난 또는 집합금지 조치가 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전자적 의결방식이 가능했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서비스를 상시화하기 위해 샌드박스를 신청한 바 있다.
레디포스트 서비스는 실증특례로 서면과 같은 효력이 있게 돼 팬데믹이 아닌 평상시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시·군·구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며, 정관을 변경할 필요도 없다.
레디포스트는 한 재개발 조합과 계약했다. 조합은 구청의 승인 공문을 받아오면 서비스를 사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레디포스트는 구청에 실증특례 지정서를 제시하고 공문을 요청했다. 그러나 거절당했다.
해당 기초지자체인 서울시 서초구청은 이 같은 취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전자 의결 서비스 도입을 위해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관할 부처의 입장을 따라야 해 실증특례가 유효하다는 공문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실증특례 허가를 받은 후 지자체와의 원활한 연계가 어려웠던 것은 레디포스트뿐만이 아니다. 굿바이카와 다자요도 사업 활성화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굿바이카는 사용후 배터리를 활용해 캠핑 등지에서 사용하는 소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작하는 실증특례 허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사용후 배터리 소유권자인 지자체 가운데 일부가 배터리를 내주지 않았다. 관련 안전 기준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자요는 제주도에 기반을 둔 빈집 재생 숙박 사업자다. 실증특례를 받은 후에도 제주도에는 샌드박스 관련 담당 부서나 담당자가 없어 관련 부서 지정에 혼란이 있어 지원받는 데까지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는 샌드박스에 대한 시·군·구청 등 지자체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청의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혁신 서비스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증특례 후 지자체에서 관련법 부재로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 같으면 부처에서 샌드박스 심사를 진행할 때 이를 미리 알려주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샌드박스 제도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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