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처벌 경고한 애플케어, 당국 적극행정 나서야

애플 가로수길(전자신문DB)
애플 가로수길(전자신문DB)

애플이 보험상품이 아니라 '서비스 상품'이라는 근거를 기반으로 '애플케어 플러스'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면서도 보험사기를 경고하고 나서 논란이다.

애플은 최근 기기 고의 파손은 보험사기로 볼 수 있다는 약관을 추가했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보증기간을 연장해 주는 '애플케어'와 소비자 과실로 인한 기기 파손 등 우발적 손해(ADH)를 보상해 주는 '애플 모바일 기기 보험'(AIG 단체보험)이 결합된 상품이다.

애플은 그동안 해당 상품은 보험상품이 아니라며 국내법상 면제해야 할 부가가치세(VAT)를 적용해 왔다. 반면에 애플과 제휴해서 구독형 애플케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보험료를 서비스 요금과 분리해 'VAT 제외'를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동일한 구조의 상품이지만 이용자에 대한 과세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국회와 소비자 일각에서는 애플케어 플러스를 둘러싼 논란이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이용자 후생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결국 애플케어 플러스는 보험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거두는 건 정당하지만 애플 약관에 따라 이용자가 보험사기로 몰리거나 보증이 거부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고의파손 손해에 칼 빼든 보험사

애플케어 플러스를 이용하면 아이폰 등이 파손될 경우 일정 금액을 자부담하고 부분 수리를 받거나 수리가 완료된 '리퍼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

애플케어 플러스 이용 약관에 새롭게 추가된 보험 청구 시 속임수, 사기 및 부정 사용 조항
애플케어 플러스 이용 약관에 새롭게 추가된 보험 청구 시 속임수, 사기 및 부정 사용 조항

애플이 애플케어 플러스에 보험사기 약관을 추가한 것은 이를 악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보증기간 24개월이 임박해 아이폰 등을 고의로 파손, 새 제품에 가까운 리퍼폰으로 교환하는 팁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확산했다. 상품에서 보장하는 우발적 손상이 아니라 고의 파손으로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사도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상품 아니지만 자사 약관 어기면 '보험사기'

문제는 애플이 애플케어 플러스를 '보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애플케어 플러스를 서비스 상품으로 구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보험사기 경고를 납득하기 어렵다.

애플은 애플케어 플러스가 국내법상 면세 대상인 보험을 대상으로 부가가치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보험이 아닌 서비스 상품'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출시 초기 상품 페이지에 '적용 요율로 보험료세가 포함됩니다'라는 안내문을 싣다가 본지 보도 이후 해당 문구를 슬그머니 삭제했다는 점에서 법 저촉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속기록
2021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속기록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구 당시 애플코리아 대표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않았다.

◇과거 사례·동일 상품에도 정부 당국은 방기

본지가 애플케어 플러스 부가가치세 문제를 줄곧 지적해 온 건 유사 사례에 대한 대규모 소비자 환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KT는 2011~2017년 단말기 보험 가입자에게 부당하게 부가가치세를 부과, 988만명으로부터 6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환급했다. 당시 금융위가 유권해석을 내렸고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부가세 환급을 관리·감독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위는 애플케어 플러스 문제에서 손을 놓고 있다. 방통위는 해당 논란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애플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한번 애플을 국감장에 소환할 것”이라면서 “방통위, 금융위 등 정부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시정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