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6조764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1년 대비 9162억원, 11.9% 감소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간 벤처투자 동향을 발표했다. 총 2474개 기업에 5286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2012년 이후 줄곧 확대일로를 걷던 벤처투자액은 10년 만인 지난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위기 영향이다. 다만 이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여타 국가 대비 벤처투자 감소율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중기부 평가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30.9%, 이스라엘은 40.7% 벤처투자 규모가 감소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국내 벤처캐피털의 적극적 투자처 발굴과 출자자 모집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차 위축되던 투자심리는 지난해 4분기에 본격적으로 얼어붙었다. 지난해 4분기 신규 투자 규모는 1조3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넘게 줄었다. 투자가 위축되기 시작한 3분기 역시 전년 대비 807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신규 투자는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체 신규투자는 역대 두 번째 규모지만, 반기 또는 분기 기준으로는 2019~2020년 수준으로 신규 투자가 줄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의료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년 대비 34.1%, 총 5712억원 감소했다. 2019년 투자 규모를 간신히 웃도는 1조1058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상장기업 주가 하락과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등이 투자 감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벤처투자에서 가장 높은 투자 비중을 차지하는 ICT서비스, 유통·서비스 분야도 투자가 소폭 감소했다. ICT서비스에는 2조3518억원, 유통·서비스에는 1조3126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각각 3.2%, 9.8% 감소했다.
반면 영상·공연·음악과 화학·소재 분야 투자는 지난해보다 투자가 늘었다. 특히 영상·공연·음악 분야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한 4604억원의 신규 투자가 이뤄졌다. K-콘텐츠 유행과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영화 관람 회복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력별로는 창업 3년 이하 초기기업 투자가 유일하게 증가했다. 초기기업 투자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2조50억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2조원이 넘었다. 반면에 업력 3~7년의 중기 창업기업과 업력 7년을 초과하는 후기기업은 투자가 각각 21.6%, 13.3% 감소했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벤처펀드 결성액이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하고 투자도 외국에 비해 선방한 것은 우리 벤처캐피털이 발로 뛰어 일궈낸 결과”라면서도 “최근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