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4.0시대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는 금융플랫폼이다. 금융플랫폼이란 디지털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대해 다수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작동하는 매개체다. 이러한 금융플랫폼을 두고 금융기관·빅테크·핀테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동시에 빅테크 금융플랫폼 진입도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되는 핀테크 4.0시대 금융구조를 살펴보자. 금융상품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고, 유통과 소비 공간의 다변화라는 관점에서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금융플랫폼 탄생이다. 플랫폼은 금융과 비금융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서 고객 니즈에 맞는 맞춤형 상품 자문 및 각종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즉, 고객은 생애주기에 걸친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금융행동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상품제조 전문기업이다. 은행, 카드, 금융투자, 보험 등 금융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우수한 상품을 개발한다. 자신이 직접 판매할 수 있지만 고객 접점망을 갖춘 금융플랫폼에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한다. 세 번째는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금융서비스, 리스크, 마케팅, 후선지원 등 금융 전 영역에 걸쳐 솔루션을 구축한다. 즉 신용평가, 대출실행, 계좌개설, 주식매매 등 기능 단위로 세분화해서 필요한 공급자에게 제공한다.
금융기관, 빅테크, 핀테크 등 시장의 주요 참여자는 보유 자원과 역량에 따라 이처럼 세 가지 유형의 지향점을 선택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참여자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유형이 금융플랫폼이다. 금융플랫폼은 상품제조 및 솔루션 제공 기업에 비해 가치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다.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이자 상호작용 통로를 통한 고객의 록인(Lock-I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빅테크 등장으로 금융기관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라이선스와 높은 인지도로 금융 A부터 Z까지 담당해 온 금융기관이 플랫폼을 포기하고 상품 제조에만 집중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빅테크를 향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역설하는 것도 금융플랫폼 강화에 있다.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는 비금융 플랫폼에서 확보한 대규모 고객 접점을 통해 금융을 녹여 내고 있다.
메신저, 검색 등 비금융 서비스로 축적해 온 강점 때문에 몇 단계 유리한 고지에서 거대 금융플랫폼이 될 공산이 크다. 금융 본원적 업무인 심사 기능 추가 및 상품을 직접 개발하려는 니즈도 매우 강하다.
일각에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배적 위치로 말미암은 불공정 경쟁 및 금융정보 독과점 현상, 자사 이익 중심의 플랫폼 성향으로 말미암은 금융공공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핀테크다. 핀테크는 결제, 대출, 자산관리 등 특정 영역의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해 왔다. 상품 제조 라이선스가 없고, 부족한 자금력으로 말미암아 일부 상품의 중개가 그나마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핀테크는 차별화한 기술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금융플랫폼을 둘러싼 생태계 경쟁은 시장 트렌드가 될 것이다. 참여자의 역량과 강점을 극대화하는 역동적인 금융플랫폼의 탄생을 기대한다. 다만 건전한 생태계는 참여자 간 협력과 역할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핀테크는 금융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 해소, 저렴한 금융 비용 제공, 금융으로의 접근성 강화 측면에서 소임을 다해 왔다. 어려워진 금융환경에서도 핀테크의 성장은 금융의 건전한 발전 및 금융소비자의 포용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의 조정 능력과 합리적 환경 조성은 필수다.
송민택 동국대 겸임교수 pascal@apthefin.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