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육은 기술 활용과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균형점 필요”(김용 교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교육계도 대응 방안 준비해야”(김진숙 수석연구위원)
“디지털 교육 성공하려면 교육 혁신 환경 마련돼야”(정훈 대표)
2023년 계묘년 교육계 화두는 '디지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교육 현장 디지털 물살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전자신문 에듀플러스는 디지털 교육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과 '2023 디지털 교육 트렌드'를 주제로 신년좌담회를 열었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디지털교육정책본부 수석연구위원,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가 디지털 교육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새로운 교육과정이 안착하기 위해 작은 성공 사례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자>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교육정책본부 수석연구위원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
사회=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사회=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된다. 앞으로 초·중·고 학교 내 디지털 교육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김진숙 수석연구위원=정보 교과 강화는 주도성·창의력 등 미래 역량과 관련 있다. 교과로서 정보수업 강화뿐 아니라, 학생 맞춤형 교육, 교실 수업 개선 등 방향에 따라 교육과정 운영에서 디지털 활용은 일상화될 것으로 본다.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 등이 기초소양으로 여겨지고, 모든 교과 활동에 접목될 것이다. 중학교 이상 정보교과는 학문적으로 진화된다. 일반선택 정보교과 외 진로선택 인공지능(AI)기초, 데이터과학, 융합선택 소프트웨어(SW)와 생활 등을 아우르는 내용체계와 전략, 평가방식이 이론적 근거를 갖추게 된다.
◇김용 교수=정보교과 강화로 디지털 문해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반 교육 환경 또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에 삶 전체가 디지털화 되는데 학교에서는 교과에만 국한되는 것 같아 아쉽다. 앞으로 모든 교과에 디지털이 기반으로 적용돼야 한다. 개정 교육과정 수학은 디지털화 관련 수학적 원리와 개념이 상위 수준 목표로 들어가 있다. 수학뿐 아니라 모든 교과가 해당된다. 모든 교과에서 수업방식을 디지털 융합 기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정훈 대표=디지털 기반으로 진로가 빠르게 변화한다. 공교육 체계 내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진로에 맞게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교육 내에서만 해결하기보다 민간 커뮤니티, 지역사회 공동체, 기업들을 디지털 교육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 대학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업 주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교육과정에 적용한다. 초 중등 교육도 공동체 주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사회=수준 높은 정보교육을 위해 공교육이 민간 커뮤니티 등 사교육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준다면.
◇김진숙=기술기능적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교과 성취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AI·SW 등 관련 분야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 SW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순한 개발 역량만 갖고 있는 개발자는 찾지 않을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그램 기획자, 설계자 요구를 적절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개발자 등이 요구된다. 학교 교육이 문제해결 능력이나 사고력 배양에 초점을 맞춰 이뤄진다면, 사교육은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정훈=정보교육을 둘러싼 사교육 생태계를 바라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책이다. 명확한 정책과 이를 통한 흔들리지 않는 메시지를 교육 수요자에게 제공한다면, 사교육이 정보교육을 하는데 걸림돌로만 작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영국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영국은 체계적인 비전 아래 정보교육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 기반으로 민간 기업과 커뮤니티 등이 공교육과 적절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지금 정책은 큰 틀에서 방향은 좋지만 탄탄한 전략 기반 세밀한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김용=정책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책에 대한 기대가 과도한 것 아닌가 싶다. 정책가도 인지적 한계가 있다. 최상의 정책을 만들기는 어렵다. 정책은 함께 구성해야 한다. 과거 정책 결정 참여 통로가 좁았다. 참여 통로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당국만의 참여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사회=정보교육이 강화되지만, 여전히 학생들은 국영수 등 입시 과목에 집중한다. 상대적으로 정보과목은 소외된다. 정보수업을 중요하게 여기게 하는 현실적 방안은 무엇일까.
◇김진숙=혁신적인 교육 정책에 교육 수요자가 모두 동참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혁신 모델에 1.5% 리더가 동참하면, 12.4%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 영향력이 34%까지 확산되면 전체적으로 참여가 이뤄진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보교육 확대 등 혁신적 교육정책에 모든 교육수요자가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하면 34%까지 동참하게 만들 것인가이다. 사람이 바뀌어도 시스템이 유지돼 누구든 그 정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김용=정책 영향력은 갈수록 약화된다. 최근 주목할 부분이 있다. 현장 중심 자발적 실천이 눈에 띈다. 디지털 교육에 관심 있는 다수 초·중등 젊은 교사가 정보교육 발전을 위한 온라인 공동체를 만들어 운영한다. 고무적이다.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훈=영국은 에듀테크를 개방한 지 10년이 지났다. 영국에서 에듀테크 시상식을 하면 1위를 차지하는 분야 중 하나가 부모교육 서비스다. 우리나라도 학부모 운영위원회가 학교마다 있지만, 직장 다니는 학부모는 모임에 참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면 현재보다 많은 학부모가 교육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학생과 교사 간 커뮤니케이션 라인에서 부모에 대한 인식 교육이 들어갈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회=앞으로 에듀테크가 어떻게 적용되고, 얼마나 교육을 진화시킬 것으로 보는지.
◇정훈=신기술 도입에는 늘 많은 저항이 따른다. 기술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에듀테크 기술은 교육 격차, 기초학력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AI를 활용해 수학과 영어를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관점으로 접근한다. 기술을 활용하면 교육자 업무경감, 수월한 특수교육 등 접근이 가능하다. 영국 공교육에서 에듀테크는 지능형 평가, 서술형 평가, 교사 역량 평가 등에 활용된다. 기술이 공교육에 접목될 때 학업 성취도 외 다른 분야에서 자동화할 것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김용=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 모두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에듀테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교사는 막연한 저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에듀테크가 교육 현장에서 기대에 부합하는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다. 에듀테크가 적재적소에 맞춤형으로 활용되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진숙=에듀테크가 교육 현장에서 본격 적용되는 시점은 에듀테크로 성공한 경험이 공유된 후다.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도 학생 맞춤형, 교사혁신 등에 디지털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더라도 제대로 준비해 교육과정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성공적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김용=미래 교육은 여러 교육청 큰 화두다. 우려스러운 것은 미래 교육이 기술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요즘 보면 여러 학교가 미래 교실을 꾸민다고 해서 첨단 매체를 갖추고 있다. 아이들 삶을 보면 화면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다. 화면으로 읽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 중 무엇이 더 성과가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어떤 미디어로 콘텐츠를 보느냐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 디지털 인재는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술을 활용해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고도의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균형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정훈=초·중등 디지털 교육이 잘 되려면 교사가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직원 연수보다 상시 학습 체계를 만들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한다. 교사를 연수로만 교육하는 것보다 상시 학습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현장 문제를 제일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교사다. 교사 스스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김진숙=디지털 전환이 단순히 교육문제를 개선하고, 변화시키는 정도에서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챗GPT 등 AI 기술 발전이 수백년간 이어왔던 교육 체제를 뿌리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챗GPT 서비스를 보면 AI는 빠른 속도로 똑똑해 지지만, 인간의 고차원적인 사고력 향상은 더디다. 우리 교육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정리=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