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독립 쉽지 않네'… 美 리비안, 배터리 장비 구축 연기

韓 업체에 이달 초→3분기 납기 연장 요청
경기 침체·전기차 생산 일정 등 영향인 듯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이 야심차게 추진한 배터리 내재화 전략에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장비 입고를 늦춘 것으로 파악됐다. 리비안은 아마존, 포드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제2의 테슬라' '테슬라 대항마'로 주목받은 기업이다.

'배터리 독립 쉽지 않네'… 美 리비안, 배터리 장비 구축 연기

31일 업계를 종합하면 리비안은 국내 배터리 장비 업체들에 납기 연장을 요청했다. 당초 이달 말을 예정했으나 올해 3분기로 조정됐다. 리비안과 계약 맺었던 장비사들은 이에 정정 공시를 냈다.

리비안이 배터리 장비 입고를 늦춘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기차 생산 일정, 배터리 개발 계획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 차질 때문만은 아니고 전기차 생산과도 연관된 이슈로 안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쳐 장비 반입 시점이 밀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리비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
리비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

리비안은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테슬라가 주로 승용차에 집중한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상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요 모델로 내세웠다. 전기차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아마존, 포드 등으로부터 10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받았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해 국내서도 눈길을 모았다.

리비안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 배터리 제조를 추진했다. 지난 2021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는 “전기차 확대와 성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배터리 등 전체 가치 사슬에 걸쳐 내부 역량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리비안은 이 때부터 각형 배터리 제조 장비 확보에 나섰다. 복수의 배터리 장비사와 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략에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최근 잇따르고 있는 배터리 자급화 차질 사례로도 읽혀 국내 배터리 업계 반사이익에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아시아에 집중된 배터리를 탈피, 자급화를 추진했다.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핵심인 배터리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벤츠,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자국 배터리 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제 양산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영국 배터리 내재화의 대표 주자격인 브리티시 볼트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노스볼트도 양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리비안까지 주춤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어 배터리 양산은 물론 산업 진입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