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사용량을 절감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급자가 에너지 절감 목표를 준수하도록 하는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를 법제화한다. 최근 난방비 급등이 쟁점으로 불거진 가운데 '저소비 고효율' 중심 에너지 정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31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지원 근거와 EERS 법제화 등의 내용을 담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개정을 추진한다.
우선 국내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사용량을 줄이는 것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 산업부는 지난해 포스코, GS칼텍스, 삼성전자 등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선정한 바 있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에너지원 단위를 매년 1% 개선하는 등 에너지 효율향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목표 달성 시 정부는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융자사업을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에 더해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명확히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자발적 협약에 대한 지원 근거를 법에 명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EERS 법제화도 추진한다. EERS는 에너지 공급자에 에너지 판매량과 비례해서 에너지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효율 향상 투자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2018년 한전을 시작으로 2019년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대상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 유럽에서는 EERS를 이미 도입하고 있는데 강력한 효율 개선 제도로 꼽힌다. 다만 EERS가 5년째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돼 효과를 확대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올해 EERS 시범사업은 한전이 식품매장 도어형 냉장고만 신규 대상 품목에 포함하고, 절감 목표도 지난해와 비슷하다. 이 사업을 법제화하면 좀 더 명확한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제화가 장기적으로 에너지 저소비 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나아가 고효율 기기 보급, 에너지 신산업 성장 등을 촉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EERS 등을) 법제화하면 정책 추진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면서 “전기나 열·가스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등 관련 산업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