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서 살아 돌아온 '죄수 출신' 러 용병들...문제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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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 죄수 출신 용병들이 계약 기간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되면서 러시아 사회에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전쟁터에 다녀와 자유의 몸이 된 형벌부대 출신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은 작년 7월부터 러시아 각지 교정시설에서 죄수들을 용병으로 영입해 전선에 투입해왔다. 와그너그룹은 죄수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6개월간 복무하고 살아남으면 죄를 사면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러한 조건에 혹해 와그너그룹 소속 용병이 된 죄수는 약 4만 명으로 추산된다. 죄수 출신 용병들은 단순히 전사자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총알받이' 내지는 '인간 방패'의 역할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중 상당수는 전선에 투입된 지 며칠 혹은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절도죄로 복역하다 와그너그룹과 계약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안드레이 야스트레보프(22)는 최근 6개월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됐다.

주변인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온 그가 트라우마 때문인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척은 "다들 그가 일종의 최면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됐다"고 털어놨다.

최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거의 자살 시도에 가까운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는 죄수 출신 용병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계속 전진하라'는 명령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작년 11월 탈영해 노르웨이로 달아났다.

심각한 성범죄나 연쇄살인 등을 저지른 중범죄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러시아 재소자 인권 변호사 야나 게멜은 "이들은 모국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했다는 비뚤어진 정의감과 신념을 지닌 채 돌아온 심리적으로 망가진 사람들"이라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지 재소자 인권단체 '철장 뒤의 러시아(RBB)' 설립자인 올가 로마노바는 "더는 (그들이 저지른) 범죄도, 처벌도 없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