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출연연도 공공기관 제외해줬으면...과기원 선례에 목소리 커져

'기타 공공기관' 분류 기관 성격 다르고
블라인드 채용 폐지 비현실적 정책도
조직 개편·동 떨어진 업무까지 강제돼
"연구 수월성 훼손…환경 개선 절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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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9년 이후 한동안 주된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는데 같은 처지던 과학기술원이 최근 공공기관 굴레를 벗은 것을 계기로 재차 부상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비롯한 전국 4대 과기원은 지난달 30일 심의·의결된 올해 지정안에서 공공기관 지정 해제됐다. 과기원은 출연연 등과 함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분류돼왔다. 4대 과기원은 지난 정부 시절부터 정부와 협의를 거친 결과 이번에 공공기관 지정 해제 성과를 얻었다.

출연연 구성원들은 이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많다. 한 출연연 고위관계자는 “출연연 곳곳에서 공공기관 해제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과기원과 함께 출연연도 공동전선 구축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출연연 공적 자리에서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의 이 같은 반응은 공공기관 지정이 연구현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분류 잣대도 현실과 맞지 않았다. 본래 출연연과 과기원은 강원랜드를 비롯해 성격이 전혀 다른 기관들과 함께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었다.

신용현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운법 개정안 관철 결과 2019년에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돼 상황 개선이 기대됐지만, 정작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연구현장에 변화는 없었다.

이 와중에 공공기관에 속했다는 이유로 연구 수월성을 가로막는 비현실적 정책도 생겨났다. 정부가 '우수 연구자 확보를 가로막은 정책'으로 규정해 폐지한 블라인드 채용이 대표적이다.

연구현장은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명목으로 진행된 조직·인력·예산·자산 칼질도 피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연구현장과 동떨어진 '고객 만족도 조사'까지 강제돼 왔다.

출연연 공공기관 해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외부에서도 나온다. 출연연·과기원 등에 대한 공운법 개정을 이끌었던 신용현 전 의원은 “사실 당시에 연구개발목적기관 신설로 가닥을 잡은 것은 정부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취한 차선책으로, 연구현장은 공공기관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며 “이번 과기원 사례를 계기로 출연연에 대해서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과기계 핵심 인사는 “연구현장은 공공기관으로 엮여있을 때 수월성이 훼손되기 쉽다”며 “출연연 역시 공공기관 해제가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공공기관 해제만으로는 연구현장 환경개선에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발 더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얼마 전에는 양자, 최근에는 챗GPT 사례같이 시기별 핫이슈가 나올 때마다 정부가 뒤늦게 과제를 만들고 톱-다운 방식으로 출연연에 내려보내는 것이 오히려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출연연 공공기관 제외가 연구현장에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더 나아가 연구자 창의성·자율성·독립성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