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전략회의] 2025년부터 지자체가 대학재정 2조 집행…지방대 살리기 시동

교육부, 라이즈 구축 계획 발표
3월 초 시범지역 5곳 내외 선정
2년 운영 후 전 지역으로 확대
단일대학에 5년간 1000억 지원
2027년 글로컬 대학 30곳 육성

[인재양성전략회의] 2025년부터 지자체가 대학재정 2조 집행…지방대 살리기 시동

#2025년부터 2조원이 넘는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이 지방자치단체 주관으로 전환된다. 지역이 주도해 대학을 지역발전 허브로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단일 대학에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도 2027년까지 30개를 선정해 육성한다.

교육부는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회 인재양성전략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라이즈 사업의 핵심은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 절반 이상을 지자체에 넘겨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감안해 직접 대학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체계 구축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체계 구축 사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그동안 대학 재정 사업은 주로 중앙정부가 대학을 평가해 재정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중앙 주도 사업이 지역 특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자체에 대학 지원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출산율 저하와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과 지방대학이 동시에 소멸할 위기에 대한 해법이다. 지자체가 지역발전과 연계해 지역 대학에 투자하고 직접 대학을 키우도록 한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도 대학이 지역 발전 허브 역할을 하는 사례들이 많다. 지역이 대학을 키우고, 대학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가는 구조다.

[인재양성전략회의] 2025년부터 지자체가 대학재정 2조 집행…지방대 살리기 시동

◇라이즈 사업, 5개 시범지역에서 출발해 2025년 모든 지역으로 확대

교육부는 지자체와 협력이 중요한 개별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우선 통합한다. 라이즈로 통합할 사업은 RIS(지역혁신), LINC 3.0(산학협력), LiFE(대학평생교육), HiVE(전문직업교육), 지방대활성화 사업 등이다. 이들 예산을 합치면 현재는 약 1조1160억원 규모지만 다른 사업도 통합해 2025년부터는 2조원 이상으로 늘린다.

부처별로 각기 다른 사업으로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면서도 부처 칸막이로 인해 효율적인 지원이 어려웠던 점도 개선할 계획이다. 전체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봤을때 50% 이상을 지자체 주관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구체적인 통합 방식이나 대상 사업에 대해서는 연구를 통해 연내에 별도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2025년부터는 이들 사업을 라이즈로 통합하고, 2024년까지는 시범지역 5곳을 중심으로 라이즈 형태로 사업을 운영한다. 통합된 예산을 어느 대학에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는 지자체가 지역 실수요에 기반한 대학 지원 계획에 따라 집행한다.

[인재양성전략회의] 2025년부터 지자체가 대학재정 2조 집행…지방대 살리기 시동

2025년 전 지역 확대에 앞서, 교육부는 3월 초 시범지역 5곳 내외를 선정해 2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시범지역은 비수도권 지자체 신청을 받아 선정한다. 선정된 지역에서는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 지정을 통해 맞춤형 규제 특례도 부여한다. 공모는 2월 21일까지 진행한다.

대학 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도 육성한다. 단일 대학에 지원하는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라이즈 체제가 지역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라면 글로컬 대학은 선도대학을 선정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10개 내외를 선정하고 2027년까지 30개 내외로 확대한다. 라이즈는 수도권을 포함한 지역 혁신체계이지만, 글로컬 대학은 비수도권 대학 중 선정할 예정이다. 대학이 구조를 전면 혁신하는 것이 우선 조건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립대를 시립·도립으로 전환하거나 정부 출연연과 통합하는 등 구성원의 동의나 희생없이 하기 힘든 혁신”을 예로 들었다.

◇지자체 역량 강화가 관건

지자체가 주관해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지자체 역량 강화가 요구된다. 17개 시도 기준으로 2조원에 대해 단순 계산을 해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자체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게 된다. 지자체의 선정 기준이 정치색에 의해 좌우될 수 있고, 지역 내 줄세우기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대학 지원과 육성이 지자체 권한이 아니다보니 지자체장이 대학이나 교육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자체가 대학 관련 사업을 했던 경험이 없어 지자체 전환이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 권한 강화를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들도 많다.

교육부 역시 지역 대학지원 추진 기반이 충실하게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시·도에 대학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해 지역의 대학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지자체·대학·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지역고등교육협의회'(가칭)도 만들어 지역 고등교육정책 사항을 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사업 관리와 평가 등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전담기관도 지정하게 한다. 교육부는 지방대육성법 개정을 비롯해 2024년까지는 관련 법령 정비를 완비할 계획이다. 지역 협력관 형태로 교육부 공무원을 지자체로 파견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와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부총리는 “학령인구 감소 등 위기에 직면한 대학들의 과감한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라이즈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지역마다 경쟁력 있는 글로컬 대학이 육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교육부가 지자체와 함께 새로운 대학지원 방식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관계부처도 같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