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자국 산업에 배타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y Plan)'을 전격 발표했다. EU는 친환경·에너지 규제를 완화하고 유럽국부펀드를 창설하는 등 글로벌 탄소중립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EU 집행위는 1일(현지시간) 9~10일에 열릴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2030년 친환경 제조업 생산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IRA에 대응해 역내 친환경 산업을 보호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공격적 보조금 정책을 펴는 중국의 '시장 왜곡'에도 선제 대응한다는 취지다. EU는 그린딜 핵심과제로 △예측가능하고 단순한 환경규제 △신속한 자금조달 △친환경 기술 강화 △공급망 회복을 위한 개방 무역 등 4가지를 꼽았다.
우선, 예측가능하고 단순한 환경규제를 골자로 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도입, 2030년까지 제조업 친환경 전환을 공격적으로 가속한다. 또 다음달 8일 '핵심광물원자재법(CRMA)'을 발표,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 원자재 역내 채굴, 공급망 강화에 나선다. 또 EU 전력시장을 개혁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EU는 미국·중국 등 친환경 보조금에 대응해 신재생에너지, 제조업 탈탄소화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 규정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또 역내 탈탄소 산업 등에 세액공제와 같은 타깃팅 지원을 확대한다. 나아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바이오, 청정기술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올 여름 '유럽국부펀드(ESF)' 창설을 제안할 예정이다.
또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해 공정경쟁·개방무역 원칙하에 EU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국제 협력을 강화해 EU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한다. 청정기술·탄소중립산업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제3국과 소위 '핵심광물원자재 클럽(CRMC)'을 결성해 친환경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지속가능하고 저렴한 공급망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외에 친환경 전환 기술인력 양성 차원에서 '탄소중립산업아카데미'를 설립해 전략섹터에 필요한 고임금 기술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그린딜은 일주일 뒤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보조금 규제 완화 및 자금 조달 등과 관련한 회원국 간 이견이 예상된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EU 차원의 친환경 제조업 생산목표 도입, 보조금 규제 완화, 긴급 국부펀드 창설 등 미국 IRA에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핀란드, 덴마크 등은 과도한 보조금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어 9~10일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간 이견을 좁히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예측 가능 규제 등 4개 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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