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틱톡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자극적인 연출로 기부를 호소하는 ‘온라인 구걸’이 성행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도네시아에서 틱톡을 통해 구걸하는 이른바 ‘틱톡 거지’(TikTok beggars)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개입하고 나섰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틱톡은 팔로워(구독자)가 1000명 이상인 계정의 경우 라이브 동영상 켤 수 있고 이를 통해 후원을 받을 수 있다. 시청자가 선물을 보내면 이를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구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땡볕에 몇 시간 동안 앉아 구걸하거나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다만 가난한 노인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연출한다. 거리의 구걸이 디지털 세계로 옮겨온 것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런 영상이 확산하면 노인이 착취당할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고 보고 있다. SCMP에 따르면 한 계정으로 여러 여성 노인들이 돌아가며 이런 영상을 올린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이 계정의 주인은 이들 노인들과 이웃 관계인 사람이었다.
그는 “생계가 어려운 이웃 노인들의 요청으로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음엔 생방송을 1시간만 했었는데, 조회수는 올라가고 선물은 끊임없이 들어와 24시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영상에 나온 한 노인은 “누가 시켜서 한 것은 아니다. 나는 가난하고 혼자 살며 식사를 살 돈이 없다”며 “영상 한 편에 200만 루피아(약 16만 5000원)를 벌기 위해 총 다섯 번 (온라인 구걸을) 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우려도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한 여성은 생후 7개월 아기에게 분유 대신 인스턴트 커피를 먹이는 모습을 촬영하며 기부를 요청해 논란이 됐다. 또한 그는 아기가 먹으면 안 되는 볶음밥과 매운 닭고기를 먹이는 척 연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트리 리스마하리니 인도네시아 사회부 장관은 이런 영상을 발견하면 지역 당국에 알릴 것을 당부하고, 공무원들에게 구걸 영상 확산 방지에 힘쓰라고 요청했다. 그는 “노인, 어린이, 장애인, 이 외 취약계층을 착취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구걸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대학교의 사회학자 데비 라흐마와티는 “가난한 이들에게 온라인으로 선물함으로써 선행을 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러한 동영상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적절한 목적과 대상에 기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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