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중소 게임사는 신작 흥행 실패에다 솟구치는 인건비로 출시 수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택했다. 일부 대형 게임사조차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조직개편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특수를 누리며 불려 온 몸집이 엔데믹에 접어들며 부담으로 작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게임 개발업체 R사는 지난달 31일 유명 만화 지식재산권(IP) 기반 모바일 게임 신작 서비스를 종료했다. 출시 8개월 만이었다. 회사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서비스 운영과 개발을 지속할 수 없는 재무적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20년 설립된 R사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 출신 인력을 바탕으로 수십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선보인 첫 신작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지난해 말 주요 인력 대부분이 이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본사가 입주해 있던 사무실의 계약까지 해지됐다.
R사뿐만 아니라 중소 게임 개발사 상당수가 지난해 경영난과 함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 활동 증가로 말미암은 게임 이용시간 축소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 인건비 상승 △고환율로 말미암은 해외 매출 수익성 하락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 등 악재가 겹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중소 게임사는 생존을 걱정하는 곳이 많다”면서 “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심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게임사 또한 사업을 재점검하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키런' 시리즈로 잘 알려진 데브시스터즈는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사업을 정리하며 담당 직원에게 당일 해고 통보를 해 구설에 올랐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디즈니·방탄소년단(BTS)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지만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원더홀딩스 산하 게임 제작사 원더피플은 '슈퍼피플2' 유지·보수 인력만 남기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랑사가'로 게임 업계 최단기간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엔픽셀은 권고사직을 일부 통보하고,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엔씨소프트는 아이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론칭 2년 만에 SM엔터테인먼트에다 매각했다. 담당 인력 70여명은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글로벌 사업 재편에 따라 북미법인 엔씨소프트 웨스트는 전체 직원의 약 20%를 구조조정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는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그 일환으로 북미법인의 전략적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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