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바람과 빛만 있으면 부드러운 날개를 펼쳐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요정 로봇’이 등장했다.
1일(현지시간)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에 따르면, 핀란드 탐페레 대학교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에서 영감을 받은 로봇 ‘요정’(FAIRY; Flying Aero-robots based on Light Responsive Materials Assembly)을 개발했다.
4mm 크기, 1.2mg이라는 솜털같은 무게의 이 로봇에 별도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빛과 바람만으로 먼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
이는 ‘액정 엘라스토머’(liquid crystalline elastomer)로 만들어진 액추에이터 덕분이다. 이 액추에이터는 레이저나 LED같은 빛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꿔 날개를 접었다 편다. 특히 매우 가볍고 가느다란 날개(개별 섬유 두께: 14 마이크론)는 털 같은 다공성 디자인이기 때문에 공기역학적으로 비행에 유용하다.
빛이 로봇을 비추면 날개를 움직여 안정적인 원형와류(vortex ring)를 일으키고 장거리를 날아갈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 특성으로 봇의 이륙과 착륙을 제어할 수 있다. 다만 무인항공기(드론)처럼 직접적으로 조종할 수는 없다. 대신 바람에 의해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도록 배에 돛을 달아주는 것이다. 또한 빛이 조사되는 곳 가까이로 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
독특하고 신기하지만 대체 이 로봇은 어디에 쓰일까? 연구진은 이 로봇을 꽃가루나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꽃가루를 품은 수백만 개의 인공 홀씨가 자연 바람에 의해 흩날리며 나무에 달라붙으면 벌과 나비의 도움이 없이도 수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민들레 씨앗은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부는 조건에서 10km, 많게는 1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요정봇 역시 배터리나 직접 전원 없이도 민들레 씨앗과 동일하게, 어쩌면 더 유용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실제로 실현시키기 위해 연구원들은 이제 로봇의 감도를 향상시켜 레이저나 LED 조명 뿐만아니라 햇빛으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GPS 수신기나 화학 화합물과 같은 마이크로 전자 장치를 운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크기를 약 10cm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후 변화로 꽃가루 매개자의 손실이 생물 다양성과 식량 생산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은 전세계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하오 연구원은 말했다.
민들레 씨앗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요정봇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국제 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개제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