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회장 시대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임종룡호' 닻을 올린다. '관치 금융'이라는 안팎의 거센 반발 속에서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고 내부 신임을 얻는 게 시급한 과제다. 완전민영화 이후 탄탄한 성장 비전을 제시·실행하는 리더십과 여러 사건 사고로 의기소침해진 조직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노력도 요구된다.
우리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3일 후보자 4인에 대한 2차 면접을 실시하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내정했다.
임종룡 최종 후보자는 행시 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기획조정실장,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을 거쳐 2013년 6월 NH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임종룡 내정자의 선결 과제는 관치 논란으로 얼룩진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타파하고 개혁과 혁신을 실행하는 것이다.
차기 회장 내정을 앞두고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그룹 현안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전문가가 회장으로 올라서는 구도에 기대가 컸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민영화 완수를 위해 그룹 수장 자리에 정부 입김 의혹을 받은 인물들이 올랐고 완전민영화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손태승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거쳐 그룹 회장으로 올라서면서 2021년 말 완전민영화를 완성했다.
역대 최고 실적과 그룹 숙원이던 완전민영화를 달성하는 성과를 냈지만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책임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당국 징계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우리은행 직원의 거액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부실한 내부통제가 도마에 올랐고 최근에는 부장 갑질 사태까지 불거져 임직원 사기가 바닥을 쳤다.
이런 안팎의 위기에서 임종룡 내정자는 그 어느 후보보다 금융당국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받았다. 경제 침체로 인한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임종룡 내정자가 민·관에서 쌓은 폭넓은 안목과 경험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그룹 회장 재임 당시 농협중앙회를 적절히 견제하며 농협금융이 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 점은 농협금융 내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관치 논란이 불거졌지만 되레 객관적 시각에서 조직을 진단하고 지나친 당국 눈치보기를 지양해 쇄신을 주도하는 균형감도 기대할 만하다.
증권과 벤처캐피털(VC)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보강이 필요한 우리금융에 임종룡 내정자의 경험은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내정자는 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 인수를 주도해 종합금융사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소 뒤처진 우리금융의 디지털 경쟁력도 새로운 변화를 기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 회장 시절 약 5000억원을 투입해 경기 의왕에 NH통합전산센터를 착공하는 통 큰 결단을 했었다. 금융위원장 재직 당시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해 전통 금융시장에 변화를 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