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요금과 난방비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입 업계를 향한 책임공방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LNG 직수입 업계가 유리할 때만 영업한다는 일명 '체리피킹(선택적 가동)'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체리피킹의 사전적 의미는 체리나무에서 가장 좋은 체리만 고른다는 뜻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LNG 현물 가격이 치솟을 때는 수입 및 발전기 가동을 중단한다”는 주장에 단골로 사용된다. 포스코에 이어 SK, GS 등 민간 직수입 사례가 늘어난 2017년도부터 논란이 됐지만, 결론 없이 공방을 이어온 해묵은 이슈다.
이슈 중심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있다.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LNG 수급안정 의무로 고가에도 LNG를 수입해야 하는 반면에 직수입 업자들은 알짜 사업만 챙긴다는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다.
반면에 직수입 업자들은 전력 및 가스 시장 특성은 무시된 채, 특혜처럼 포장되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직수입이 가지고 있는 사업 리스크 요인과 가격 인하 등 긍정요인은 인정받지 못하고 부정적 요인만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요금 인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대기업을 향한 비판 여론과 함께 직수입이 '동네북'처럼 타깃이 되는 것도 불만이다.
◇LNG 직수입 발전사업자, 전력구매비 1조1000억원 절감
LNG 직수입의 대표적인 긍정 효과는 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도매가격(SMP) 인하다. 국내 에너지 시장에 직수입이 없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SMP를 계산해보면 그 차이는 잘 드러난다.
한국전력거래소(KPX)에 따르면 지난해 SMP 평균은 1㎾h당 191원이었다.
지난해 월별 1㎾h당 SMP는 1월 154원, 2월 200원, 3월 192원, 4월 202원, 5월 139원, 6월 129원, 7월 151원, 8월 196원 등으로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9월 들어서는 LNG 가격 상승에 따라 1㎾h당 234원, 10월 252원, 11월 242원, 12월 268원 등 높게 형성됐다.
이를 기준으로 LNG 직수입 없이 가스공사 평균요금제 발전기만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SMP는 평균 1㎾h당 6.8원 높아진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총 552TWh 전력을 구매한 한국전력이 같은 양의 전력을 구매하기 위해선 약 1조1000억원을 더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오히려 비용 절감에 기여한 셈이다.
애초 LNG 직수입 발전사 역시 전기사업법상 안정적 전력공급 의무를 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사용 및 정비 계획 등 자료를 관계기관에 사전 제출하는 것은 의무다. 예를 들어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KPX와 협의해야 한다. 매월, 매주 정비계획을 KPX에 제출하고 결정을 받은 후에 진행한다.
또 가스공사 배관시설 이용규정에 따라 연간, 월간, 일간 LNG 인입 및 인출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민간 LNG 발전사 한 관계자는 “LNG 직수입 발전사들은 KPX의 관리·감독·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체리피킹과 같은 선택적 가동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LNG 직수입 발전사들이 매번 알짜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KPX가 공개하는 지난해 한국가스공사 열량단가 현황을 보면, 일부 직수입 발전사들은 2월과 4월, 5~6월, 9~10월까지 가장 높은 열량단가를 기록했다. 고가의 현물을 도입했다는 뜻으로 직수입 발전기 가동은 중단되는 반면, 가스공사 평균요금제 발전기 가동은 증가한다. 예년 대비 LNG 직수입 물량이 줄어든 이유다. 가스공사가 체리피킹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직수입 도입물량 감소는 이러한 전력시장 상황에 기인한 것일 뿐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황 유·불리와 상관없이 직수입 발전사들도 지속적으로 연료를 확보해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직수입 물량 감소를 체리피킹 근거로 제시하는 일각의 주장은 전력시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서 “고의로 연료를 도입하지 않는 사례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회적 LNG 도매·판매 논란도 어불성설
일각에서는 직수입 발전사들이 우회적으로 도매·판매(우회도판)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회도판은 해외에 지분 100%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LNG를 자사와 국내외 다른 직수입사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해당 주장은 LNG 도매 사업자인 가스공사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우회도판은 가스공사의 도매 사업자 지위를 와해시켜 공공성을 훼손한다”면서 “도시가스사업법을 통해 금지하든가 직수입할 때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작 직수입 발전사의 트레이딩 자회사는 BP, 페트로나스 등 해외 트레이딩 자회사들과 정상적인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직수입 발전사들의 실제 입찰 결과를 보면 트레이딩 자회사 외에 가스공사, 해외 트레이딩 자회사 등이 선정된 사례가 다수다. GS EPS와 GS칼텍스는 미쓰이, 쉐브론과 각각 계약했고,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남동발전과 중부발전은 페트로나스, 비톨과 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적극적인 LNG 트레이딩은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가스공사가 비축물량 확보에 실패했을 때, 물량 대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8년 25만톤, 2021년 49만톤, 2022년 69만톤 대여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NG 트레이딩 관련 “가스공사에만 의존하던 LNG 공급 채널 다원화로 에너지 수급 위기를 상호보완하는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서 “최근 재무부담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을 보조해 LNG 터미널 및 발전소 등 국가 에너지 인프라 확충하는 긍정적 부문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