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권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도입에 나선다.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기존 챗봇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덩치가 크고 규제가 많은 1금융권 및 제2금융권과는 온도 차이가 있어 앞으로 어느 업권에서 이를 선제 도입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금융사 대부분은 상담직원 업무를 지원하는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챗봇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과거 데이터에서 '키워드' 중심으로 F&Q(자주하는 문답)를 분류·추출해서 안내하는 형태다. 하지만 챗GPT는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된 언어 모델로, 실제 대화와 거의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챗GPT가 내부 업무에 활용될 경우 획기적 업무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주요 카드사들이 챗GPT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챗GPT 등 고도화한 대고객 서비스 도입 논의에 들어갔다. 분류 중심이던 기존 F&Q 챗봇 서비스에서 벗어나 실제 대화하는 것처럼 고객 응대가 가능한 대고객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챗GPT는 이미 이전부터 회사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으며, 상당한 수준의 스터디를 진행한 상황”이라면서 “챗GPT는 영어 버전으로써 국내 실정과 조금 차이가 있어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분류 중심이던 챗봇을 한 단계 진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역시 챗GPT 도입과 관련해 내부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도 챗GPT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계는 중앙회 차원에서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챗GPT가 도입 초기이고, 유료버전이 없는 만큼 내부 데이터를 쌓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챗GPT가 초기 버전으로써 당장 도입에는 무리가 있지만 진보된 기술인 만큼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현재 공개된 버전을 당장 업무에 적용하기엔 무리지만 자체 데이터를 축적, 내년 도입 여부를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4대 시중은행은 이와 상반된 분위기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은행 플랫폼 특성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챗GPT 도입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보다 앞선 이루다 사례를 볼 때 외부 챗봇의 경우 기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만큼 당장 검토하거나 도입을 결정할 단계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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