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반려동물 가구이고, 연령에 따라 감도 차이는 있지만 4명 가운데 1명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는 이른바 펫팸(Petfam)족이다.
반려동물 가구 수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 수준이고 관련 소비 형태 또한 선진국과 다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수준이 높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펫코노미(Petconomy) 시대다. 펫코노미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시장 또는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로, 이제는 익숙한 단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2015년 1조9000억원에 머물러 있던 시장이 2020년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오는 2027년에는 시장이 무려 6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핵가족화, 1인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으로 시장의 팽창은 더욱 가속화됐다.
반려동물 종류도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슴도치·미어캣에서부터 개구리·크레스티드게코 등 양서류·파충류로 확대돼 반려동물 인식이 단순한 애완동물에서 삶의 동반자인 '반려동물'로 변화됐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반려동물 산업은 이제 기나긴 잠복 기간에서 깨어나 대수기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추어 정부에서는 동물보건사 양성과 자격 부여를 위한 '수의사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해 2022년 2월 첫 동물보건사 자격시험이 시행됐고, 이에 따라 동물의료 전문인력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제1회 자격시험으로 배출된 동물보건사는 2544명이다. 반려동물 관련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2년제와 4년제를 포함해 50여 개교에 이르며, 배출되는 인원도 몇 년 안에 연간 1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은 여느 대학생과 달리 전공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고 졸업 후 취업지를 동물병원, 제조기업, 제약회사, 공공기관, 창업 등으로 정해 대체로 하고 싶은 목표가 뚜렷한 특성을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반려동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산업 육성과 관련된 16개 과제를 선정하고 5년 동안 810억원을 투입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먼저 반려동물 양육 인프라 조성에 550억원을 지원한다. 제도를 만드는 정부·지자체와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가 잰걸음을 하는 사이 산업계에서는 펫팸족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에 뛰어든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리지 않는다. 가전업계만 보더라도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털을 깎고 다듬을 수 있는 제품, 스마트 급수기, 에어샤워 및 드라이룸, 펫팸족 전용 공기청정기, 반려동물 채취와 배변 냄새 및 털 제거 성능이 강화된 세탁기와 건조대, 반려동물 영상을 담거나 행동을 감지해서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인공지능(AI) 무선청소기 등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기존 반려동물 산업의 주를 이루던 의료와 푸드에서 벗어난 다양한 펫테크 제품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이 발전하고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기술 표준화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다행히 국내에서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 산업의 표준화를 위해 산업분류 및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표준화 목록(품질기준안)을 발굴하는 등 연구가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의 관리 체계가 마련되고 불량제품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한 소비자와 반려동물 안전이 확보되는 반려동물 산업 글로벌 리더 국가 기반을 갖추게 된다. 반려동물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기 위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 하면 머지않아 K-팝에 이어 K-펩 시대도 올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펫코노미, 이제 시작이다.
배일권 신라대 반려동물학과 교수, 반려동물 특화 I-URP사업단 단장 ikbae@sill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