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상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전략이 있다. 스토리를 통해 고객에게 설득력을 높여 구매를 유발한다. 브랜드나 값비싼 CF 모델을 쓰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모델의 스토리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그러나 멋지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에도 최근 시장에서는 이런 유의 성공을 자신하기가 어렵다. 이는 기업이 만들어 낸 인위적 스토리를 강제 주입하는 매스마케팅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래지향적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은 고객의 스토리를 읽는 리터러시(문해력)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대중에게 기업 스토리를 주입하기보다 오히려 고객의 스토리를 기업이 읽는 능력이 바로 고객에 대한 문해력이다. 이제는 문해력을 길러서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고객의 스토리를 읽어 내기 위한 최우선적 요소는 바로 '데이터'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마이데이터·메타버스, 심지어 헬스케어 사업까지 모두 고객의 스토리를 읽어 내기 위한 데이터 기반 디지털전환(DX) 산업이다.
특히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 대상 마케팅에는 마이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 통계로 만들어지는 빅데이터는 시장의 평균값을 제시하고 트렌드를 예측한다지만 시장을 앞서가는 창의성 면에서 약점이 있다. 특히 빠른 변화가 있는 소비, 기호 등의 변화에는 뒤늦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수적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개인맞춤형 치료나 개인 헬스케어를 위한 마이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을 정도다.
고객의 스토리를 읽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 확보와 더불어 프로파일링 역량이 필요하다. 고객의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서 고객의 스토리를 해석하는 프로파일링 지능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기술은 당연히 AI이다. 이와 함께 고객의 스토리를 화면, 영상, 이미지 등으로 구체화하는 기술이 메타버스이며, 고객의 스토리를 읽고 지속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보상을 지급하는 임팩트금융시스템이 M2E(참여보상)나 가상화폐 기술이다.
앞으로 고객의 스토리를 읽는 리터러시 기술, 즉 공감 능력을 갖춘 기업이 21세기 선도 기업이 될 것이다. 구글·네이버·카카오는 국내외 고객의 스토리를 읽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비록 헬스 분야를 아우르지 못하고 있고, AI의 급성장과 중개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은 거뜬히 지금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유다.
반면에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데이터 발굴(mining)과 데이터 모음(gathering)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매스) 마케팅, 매스미디어, 대중광고는 기업의 스토리를 전달할 수는 있어도 더 이상 고객의 스토리를 읽어 들이지는 못한다. 이제 스타트업에 '매스'(mass)라는 단어는 잊어야 할 과거 유산이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스타트업 자체가 무작위적 대중(mass)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철저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개개인의 스토리를 읽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DX의 최종 목표다. 스몰데이터로 프로파일링 된 고객의 스토리는 빅데이터와 결합해 팬덤인 새로운 대중(Crowd-based)을 탄생시킨다. 새로운 대중을 상대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이자 운명이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