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다 빨랐던 애플페이…독점 내려놓은 정태영 '뚝심' 통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와 애플이 침묵을 깨고 최근 글로벌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상륙을 공식화했다. 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 국내 최초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로 업계 새로운 열풍을 일으켰던 현대카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글로벌 NFC 결제서비스 애플페이 국내 진출 포문을 열면서 정태영 부회장의 뚝심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보다 늦을 것이라는 국내 시장에 애플페이 출시를 위해 노력해준 현대카드에 감사한다. 독점을 포기했다 들었는데 애플페이만큼은 현대카드를 쓰겠다. 정태영이라 애플페이 국내 도입이 가능했다.”

지난 3일 국내 애플페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금융위원회 발표 후 현대카드가 독점권까지 포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8일 애플과 현대카드가 한국 애플페이 출시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런 반응도 확산일로다.

애플페이는 트랜드에 민감한 MZ세대 등 국내 아이폰 이용자 염원이었다. 삼성전자가 2015년 8월 국내 삼성페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지갑이나 카드 없이 휴대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컨택리스 결제환경이 만들어졌지만, 아이폰 이용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관련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과거 애플페이와 유사한 형태 구글페이가 개인정보 보호법, 단말기 보급 리베이트 등 이슈로 국내 진출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국내 서비스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업계와 지급결제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현대카드였기 때문에 국내 애플페이 도입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1년여간 애플페이 국내 서비스 도입을 위해 금융당국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이와 더불어 가맹점 섭외와 단말기 설치 등에 대대적인 투자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독점권 포기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사실이다. 애플페이를 기다려온 아이폰 이용자 염원을 해소하고 추후 애플페이 첫 도입 카드사로서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이미지, 국내 간편결제 발전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대카드 비즈니스 철학은 '새로움'이 기반에 깔렸다. 현재는 보편화됐지만 프리미엄카드, 세로카드, PLCC, 콘서트 등 문화마케팅의 첫 시작이 현대카드였다. 실제 정태영 부회장 역시 본인 소셜미디어 등에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업계 첫 시도에 상당한 자부심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애플페이 역시 '처음'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독점 서비스로 누릴 수 있는 여러 이익을 포기해도 첫 시도 자체가 충분한 의미를 가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2022년은 위기 속에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성과를 거둔 한 해”라고 평가하면서 “현대카드는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카드업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