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파일럿 '매버릭'이 탑건 교관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맡겨진 비밀 임무는 테러지원국 우라늄 농축시설 파괴다. 험준한 산맥을 넘어 낮은 비행으로 협곡 사이를 통과해 핵시설에 미사일을 명중시켜야 한다. 적의 탄도미사일을 피해 살아 돌아오려면 전투기를 수직 방향으로 바로 날아올라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2주다.
36년 만에 나온 영화 '탑건'의 후속작 '탑건:매버릭' 속 이야기다. 교관으로 돌아온 '매버릭'과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팀원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다.
고집불통 천재 '매버릭'은 수뇌부 반대를 무릅쓰고 보란 듯 '프로젝트 마하 10'을 성공시키지만 압력을 이기지 못한 기체가 폭발하며 좌천될 위기에 놓인다. 동기의 도움으로 자신이 졸업한 비행학교 탑건의 교관으로 부임, 최고의 파일럿을 양성해 미션을 수행하라는 명을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탑건은 미국 해군 최정예 파일럿을 양성하는 엘리트 교육기관 별칭이다.
영화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상대 전투기를 정확히 포착해 격추하는 도그파이트 훈련을 생생하게 그렸다. 비행 중인 파일럿이 중력을 온몸으로 버텨내는 모습을 통해 생동감 있게 담았다.
극 중 파일럿이 비행 중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짓는 이유는 중력가속도(G-Force) 영향이 크다. 중력가속도는 물체가 중력만큼 받는 가속도를 의미한다. 전투기를 고속으로 기동할수록 인체에 작용하는 중력가속도도 커진다. 최소 5, 영화에서는 10에 달하는 중력가속도가 발생한다. 자기 몸무게의 5~10배 중력을 받아 심장이나 폐·내장이 짓눌리게 되며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높은 중력가속도로 인한 파일럿의 의식소실을 'G-LOC'이라고 부른다. 압력으로 인해 순식간에 체내 혈액이 하체로 쏠리고 눈과 뇌에는 피가 공급되지 않아 시야가 흐려지거나(그레이 아웃)나 의식을 잃게 되는(블랙 아웃) 현상이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4.5~5중력가속도를 넘으면 의식을 잃게 된다. 파일럿은 9중력가속도에서 15초 이상을 견뎌야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다. 평시에도 7~9중력가속도를 버티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파일럿이 중력가속도를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의복 'G슈트'도 있다. 복부에 압력을 가해 피가 하체로 쏠리지 않도록 하고 머리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비행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조종사가 중요한 거야.' 탑건 파일럿들은 중력을 거스르고 전투기 한계를 초월하며 목숨을 건 임무에 스스로를 내던진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스카이댄스, 제리 브룩하이머 필름스가 공동 제작한 '탑건:매버릭'은 압도적 속도감의 실사 액션과 전작에 대한 탁월한 오마주로 지난해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작전 수행에 허락된 시간은 단 2분 30초, 목표물을 정확히 폭파하고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 귀환할 수 있을까. 매버릭과 탑건 파일럿의 귀환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파라마운트플러스 브랜드관'에서 볼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