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고수리를 마친 코인마켓거래소 중 간판만 걸어둔 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는 사업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준 국내 코인마켓거래소 코인빗의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량은 '0건'이다. 원화마켓 거래지원이 중단된 이후 비트코인(BTC) 코인마켓만 운영 중인 이 거래소에서 BTC-ETH 거래가 일어난 것은 지난해 10월 31일 1건이 마지막이다.
앞서 9월 일어난 10여건 거래 역시 거래 시점과 호가를 고려할 때 정상거래가 아닌 내부 테스트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더리움 이외 이 거래소에 상장된 10여개 가상자산 역시 1월 30일 각 1건씩 이뤄진 거래 테스트 외에는 거래 이력이 없다.
코인빗은 가상자산 시장 초창기 국내 거래량 규모 3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거래소다. 시세조작 혐의 등 각종 구설로 인해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재정비 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수리증을 교부받은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시스템 개발과 트래블룰 솔루션 적용을 통해 올해 1월 4일부터 비트코인(BTC)와 이더리움(ETH) 입금을 개시했지만 신규 거래는 여전히 없었다.
코인빗 관계자는 “지분 100%를 새로운 주주가 인수했고,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기존 37만명 고객 대상으로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인엔코인의 경우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BTC-ETH의 거래는 지난 2019년 2월 27일이 마지막이다. 거래소 지원 페어 전체를 통틀어도 1년 10개월 이상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원화마켓 거래지원을 중단할 때 빠져나간 이용자들의 재유입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에 신고수리가 완료된 가상자산사업자(거래업자) 27개 중 최근 24시간 거래량이 100만원 이하인 거래소는 코인빗·코인엔코인 이외에도 △빗크몬 △오케이비트 △프라뱅 △큐비트 △비트레이드 △에이프로빗 등 10여개에 달한다. 자전거래 등으로 실제 거래량이 드러나지 않는 중소 코인거래소를 포함하면 실제 거래가 끊긴 거래소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이는 중소 코인거래소들의 주 수익모델이었던 거래소발행(IEO)의 명맥이 끊어진 영향이 크다. 신규 코인 상장이 이전처럼 이용자 유입과 거래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상장 관련 부서를 폐지하고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인원으로만 조직을 재구성한 거래소도 있다.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해 원화마켓을 다시 여는 것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할 때까지는 신규 코인 상장을 중단하고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장기적 전략을 짜고 있다”며 “신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투자금만으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