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2차원(2D) 평면에 전자를 가두는 공진기(한정된 공간에 파동을 가두는 장치)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 장치는 양자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에 활용 가능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응집상 양자 결맞음 연구센터(센터장 심흥선)는 최형순 교수팀이 정윤철 부산대 교수, 최형국 전북대 교수와 2D 전자 파동성을 이용한 공진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물질 내부 전자는 매질 내에서 쉽게 산란한다. 반면에 빛은 다양한 매질 안에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마주 보는 거울 사이에 가둬도 소실되지 않고, 여러 차례 왕복이 가능하다. 광학 기술을 모사해 전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전자 광학'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는 전자 광학으로 전자 공진기를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직선으로 움직이는 1차원 전자를 가둬 공진기를 만든 사례는 있었지만, 2D 평면상에서 반사·회절·간섭되는 전자를 가둬 공진기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전자를 제어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공동연구팀은 반도체 나노소자 공정으로 전자 파동을 반사할 수 있는 곡면 거울을 제작하고, 광공진기 구조를 2D 전자에 적용했다. 물질 파동 또한 빛과 같은 방법으로 가둘 수 있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도체를 극저온 냉각하면 반도체 내부 전자가 양자역학 특성이 보존되는 수 마이크로미터(㎛)의 2D 전자 파동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 반도체 위에 전극을 입히고 강한 음전압을 걸면, 전극이 있는 영역으로는 전자가 진입하지 못해 이를 전자를 반사하는 거울로 삼을 수 있다. 이 원리를 적용해 마주 보는 곡면 거울로 이뤄진 공진기 구조를 만들고, 그 내부에 전자 파동을 주입해 실제로 전자 공명 특성을 관측했다.
연구진은 이들 기술로 다양한 양자기술 분야에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최형순 교수는 “이 기술은 2D 전자계 전자광학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원천기술”이라며 “향후 다양한 양자기술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동성 KAIST 물리학과 박사과정과 정환철 부산대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26일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SRC)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한국연구재단 양자컴퓨팅 개발사업, 기본연구, 중견연구 지원사업 등 지원이 있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