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지난 9개월을 △민생·경제 △외교 △안보 △안전 △인사 등 5대 참사가 진행 중인 최악의 정권이라고 혹평했다. 또 국민의힘 전당대회 논란 등을 지적하며 여당이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가 됐다고 꼬집었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입장을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보라. 실언해놓고 국민보고 틀렸다며 우기고, 실수해놓고 사과하지 않고, 측근이 잘못해도 문책은커녕 감싸기만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40여분간의 연설 내내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최악의 리더십, 최악의 무능정권으로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는 사라졌다”며 “더 큰 문제는 무능과 무책임을 '오만한 통치'로 돌파하려 한다. 위기의 대한민국,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다”라고 직격했다.
가장 먼저 경제와 민생 위기에 우려를 제기했다. 무역적자, 고물가, 난방비 폭탄,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을 거론하며 국민 실질임금이 8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 국민 통합의 리더십은커녕 '무능, 무지, 무책임'으로 대결의 정치와 국민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30조원 긴급민생 프로젝트' '7.2조원 에너지 물가지원금'이라도 신속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안보에도 낙제점을 부여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부터 북한 무인기 침범, 해외 순방길에서 논란이 됐던 윤 대통령의 발언 등을 두고 외교·안보 분야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쟁 불사' '확전 각오' 등 강경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이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 전당대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보였다. 정치권은 상대 당 당무와 관련해서 되도록 말을 아끼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대통령의, 대통령에 의한, 대통령을 위한 전당대회'로 정의하고 “구시대의 당대표 지명대회로 전락한 집권여당의 막장 전당대회는 지켜보는 것조차 힘겹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꼭두각시 대표를 앉혀 공당을 쥐락펴락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경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을 내며 반발했다.
또 야당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박 원내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은, 부실한 검찰수사와 어정쩡한 재판부가 합작한 결과였다. 검찰은 단 한 번도 김건희 여사를 소환조사하지 않았다”라며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따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국민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변화와 함께 국회의 쇄신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리더십을 제대로 세운다면 국회도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쇄신과 관련해선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혁 △입법 시스템 정비 △민생입법과 경제민주화 △탈탄소 생태문명 주도 △인구정책 패러다임 전환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2년 차, 대통령의 반지성주의가 대한민국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정치가 아닌 지배자로 군림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바로 잡겠다”고 덧붙였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