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침대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강세였던 고가형 침대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저가형·렌털 업체 약진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올해 업계는 상품 구성을 다양화해 고객 수요를 최대한 흡수할 계획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0.04% 감소한 346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에이스침대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9% 감소한 653억원을 기록했다.
이사 수요가 급감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량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가구업계 전반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가격 인상,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실적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업계 1위 에이스침대가 역성장을 기록했다는 점은 시장 분위기가 녹록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업계 2위 시몬스도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내부 결산 결과 영업 이익 감소는 물론 2년 연속 매출 3000억원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몬스는 연초부터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안정호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16명이 연봉을 20% 자진 삭감했다.
저가형 매트리스 대표 기업인 지누스는 국내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누스의 지난해 국내 시장 매출은 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66.4% 올랐다.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누스는 지난해 5월 편입 직후 전국 현대백화점 10개 지점에 입점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더현대닷컴, H몰 등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활발하게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렌탈업체 코웨이도 꾸준히 매트리스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트리스 사업 매출은 1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매트리스·안마의자 전문 브랜드 '비렉스'를 론칭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국내외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가구 지출에 지갑을 닫는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가구 중에서도 300만원 이상의 가격으로 고관여 상품에 속하는 침대 소비는 더욱 줄어들었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저가형 침대 소비만 1인 가구 등 소형 가구 위주로 꾸준하다.
업계는 부족한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상품 구성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시몬스는 지난해 선보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N32에 기대를 걸고있다. 기존 시몬스에 없던 토퍼, 폼매트리스 제품을 판매해 템퍼코리아 등이 자리한 폼매트리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누스는 상반기 중 프리미엄 라인업 '지누스 시그니처'(가칭)를 선보인다.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차원에서 백화점 전용 상품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불황을 체감하고 있다”며 “과거 가치형 소비의 대명사였던 침대 시장도 실속형 소비가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