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신규 벤처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0%나 급감했다. 벤처투자 심리 위축이 심화하는 양상으로, 해를 넘기면서 투자 감소 폭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던 유니콘 기업의 몸값도 나날이 평가 절하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 투자 여력이 있는 투자사도 당분간 신규 투자를 멈추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1월 신규 벤처투자액은 25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의 1조6406억원 대비 84.28%나 급감했다. 전 달(2022년 12월)의 7681억원에 비해서도 66.42% 줄었다. 총투자 건수 역시 지난해 같은 달의 176건에 비해 절반 이하인 8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신규 투자 감소세가 해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벤처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68.5% 늘었던 신규 투자액은 4분기 들어 43.9% 감소할 정도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1월이 전통적인 벤처투자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분위기가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
대형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투자 실적 감소의 주원인이다. 지난달 가장 큰 신규 투자는 300억원 규모였다. E&F프라이빗에쿼티가 아데너소프트웨어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대형 투자 역시 벤처캐피털(VC)보다는 사모투자(PE) 또는 프로젝트펀드 투자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VC 중심으로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VC업계 관계자는 “회수시장 경색으로 인해 일단 상황을 살피자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라면서 “경제 상황 불확실성은 물론 코로나19로 주목받던 업종에 대한 시장 인식도 크게 변화한 만큼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주려 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는 투자 재원이 계속 쌓이고 있음에도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지속되는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 하락 속에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만도 10조원이 넘는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총 1737개 벤처펀드, 51조원의 약정금액이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상황을 반영, 투자심리 살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벤처투자 데이터를 짚으며 “우리 벤처·스타트업이 무조건 어렵다는 보이지 않는 공포에 휩싸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
현 추세대로라면 냉각된 벤처투자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으로 꼽히던 오아시스가 희망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결과를 받아들며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시장 관망세도 더욱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액셀러레이터 1호 상장을 추진하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재차 수요예측을 연기하며 벤처투자 불안 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