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일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의 윤리'를 강조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정권부터 다수 의석의 힘으로 안건을 밀어붙이는 민주당 행태를 비난하며 정치에서 자제와 관용, 신뢰를 회복하라고 당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의 중차대함에 비하여 국가 의사결정 능력은 역부족이라 느낀다”라며 국회가 위기 앞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여야 의원들을 향해 되물었다.
주 원내대표는 연설 상당 부분을 여야간 대치 장기화 우려에 할애했다. 그는 “5선 의원으로서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라며 '참회록'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여야 갈등으로 윤석열 정부 초반 국정과제와 핵심 정책들이 계속 발이 묶이는 것에 대한 국회의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중 대결 심화, 북핵위기, 기후위기, 산업 대전환 등 현 시국을 대위기로 정의하고, 대한민국이 보유한 다양한 자원을 국난 극복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묶어내는 것이 국회의 일이라고 역설했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회 불신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내로남불'을 지적했다. 국회의원과 정당인들이 자주 보여주는 언행 불일치로 신뢰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문제가 민주당에게 두드러진다며 야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 의석 쪽에서 야유가 흘러나왔지만, 주 원내대표는 “오늘은 좀 거슬리더라도 들어봐달라”며 민주당 내로남불 사례를 하나 하나 열거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무동의 임명 장관 34명 △재정건전성 GDP 대비 40% 기준 자체 파기 △테러방지법 등 입법 전횡 △이재명 대표 정치탄압 주장 △김경수 전 의원 대선여론 조작 △조국 일가 옹호 등을 대표적인 민주당의 내로남불 사례로 거론하며, 민주당이 정권 여부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참으로 편리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나아가 민주당은 '민주'와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중심은 의회지만,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래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라며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한 회기쪼개기와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를 위한 위장탈당 등 그간 민주당의 행태를 '합의제 무력화'라고 혹평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해선 문재인 정부 시절 있었던 △탈북어민 강제북송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함께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저지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신뢰회복 전제 조건으로 '윤리'를 강조했다. 동료 의원들에게 '국회의원윤리강령'을 본회의 개회시나 중요한 행사 때마다 의무적으로 낭독하고 서약하자고 제안하며 강령 조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회의원간 예의를 지키고 부정부패를 멀리하는 것은 물론 가짜뉴스도 퍼트리지 말자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 등 역사적 위기를 언급하며 “우리는 거대한 역사적 사변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중대함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대비하지 못했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몰랐고 무책임했다. 이 점이 저는 두렵다”고 국회의 경각심을 바랐다.
주 원내대표는 “지금의 권력 구도, 정당구도 하에서도 국가적 도전과 그 긴박성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더 잘 할 수 있다”면서 “적기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