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조국인 러시아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군인들이 있다. 러시아인이지만 우크라이나군 소속으로 참전하고 있는 '자유러시아군단'(Free Russia Legion)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이들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자유러시아군단의 존재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그 가족 등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1년여간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군인 개개인의 신원에 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중 수백 명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주변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항상 이들끼리만 움직이지만, 우크라이나 장교의 감독을 받는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분노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재가 싫어서", "제2의 고향인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미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출명 '카이사르'로 불리는 한 군인은 "진짜 러시아 남자는 이와 같은 잔혹한 전쟁에 참전하거나 아이들을 강간하거나 여성과 노인을 죽이지 않는다"며 러시아 군인들의 전범 행위가 그를 우크라이나 진영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참전에 대한 후회는 없다"며 "그들(러시아 군인들)을 많이 죽였다. 나는 내 일을 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호출명이 '자자'인 군인은 "우크라이나를 도와 러시아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고 미래 러시아의 '탈(脫) 푸틴화'를 쟁취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나라가 나쁜 사람 한 명의 손에 좌지우지될 때는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의 안드리이 유소프 대변인은 "개인의 도덕적 원칙 때문에 전쟁에 무관심할 수 없다고 얘기하며 우크라이나를 지킬 방법을 찾는 러시아인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군단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지원서를 내면 광범위한 신원 조사와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등을 거쳐야 한다. 군단에 들어온 이후에도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동안 이 군단에 잠입한 러시아 첩자도 여러 명 있었다고 유소프 대변인은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