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 맥라렌 GT, 장거리 여행 가능한 '英 감성 슈퍼카'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은 레이싱 트랙에서 태어난 영국 슈퍼카 브랜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처럼 특정 자동차 그룹사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인 슈퍼카 브랜드로 오랜 전통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1963년 레이서 브루스 맥라렌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레이싱 팀을 창단하며 맥라렌 슈퍼카 역사가 시작됐다. 레이싱카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약해 탄생한 맥라렌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슈퍼카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레이싱 DNA를 계승한 특별한 기술력과 영국차 특유의 감성으로 무장한 '맥라렌 GT'를 시승했다. GT는 장거리 운행을 목적으로 한 최고급 고성능 차량인 '그랜드 투어러'를 의미한다. 슈퍼카 특유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장거리 주행에도 무리 없는 안락한 승차감, 정밀한 핸들링, 슈퍼카에서는 보기 드문 적재 공간으로 대중적 슈퍼카를 지향한다.

차량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맥라렌서울 전시장을 찾았다. 공기 역학을 고려한 슈퍼카 특유의 낮은 차체와 파란색을 영롱하게 빛내는 차체는 도로 위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렬한 인상이다. 유려한 곡선 실루엣과 절제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레이싱 게임 속 슈퍼카가 실물 그대로 재현된 느낌이다.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도어.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도어. 정치연 기자

모든 맥라렌 차량은 도어가 하늘로 향해 열리는 일명 '버터플라이' 방식을 채택했다. 맥라렌은 이를 '다이히드럴 도어'라고 부른다. 손잡이를 누르고 위로 올리면 도어가 열린다. 닫을 때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도어가 가벼워 조작에 큰 무리는 없다.

시트는 2인승 구성으로 루프를 파노라마 글래스로 감싸는 랩 어라운드 설계를 적용했다. 덕분에 낮은 시트 포지션에도 탁 트인 시야를 제공해 장거리 주행에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렉트로크로믹 루프 패널로 불리는 루프는 터치 한 번으로 명암을 조절해 실내로 유입되는 빛을 조절할 수 있다. 다섯 단계로 투명도를 선택할 수 있다.

맥라렌 GT 실내.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실내.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차체 구조도 독특하다. 맥라렌이 레이싱카를 만들며 습득한 초경량 기술을 바탕으로 카본 파이퍼 소재를 사용해 강인하면서도 가볍게 설계했다. 차체 중량은 1466㎏으로 동급 경쟁 모델보다 130㎏ 이상 가볍다. 차체 후면은 상부 구조를 통합해 설계한 '모노셀 II-T' 방식을 채택해 수직 방향 지지 구조물 없이 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슈퍼카로서는 드물게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전면과 후면 트렁크를 포함한 총 적재 용량은 570ℓ로 스키나 골프백 등을 수납할 수 있다.

맥라렌 GT 운전대.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운전대. 정치연 기자

실내는 고급 소재와 간결한 구성이 돋보인다. 손길이 닿는 모든 곳을 가죽으로 마감했다. 운전자 앞쪽에 위치한 12.3인치 터치스크린은 차량 핵심 정보를 읽기 쉽게 전달한다. 디스플레이 역시 운전자 선호도에 따라 설정 가능하다. 컴포트 모드 시 제한 속도 준수를 우선으로, 트랙 모드 시 엔진 회전수와 기어 선택 우선으로 표시한다.

컨트롤러를 통해 오디오와 미디어, 내비게이션, 온도 조절 등 편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오디오는 1200W 출력의 강력한 음향을 내는 보워스 앤 윌킨스 제품을 장착했다. 후면 적재함 위에 적용한 슈퍼 패브릭은 맥라렌과 나사(NASA)가 공동 개발한 소재를 사용했다. 엔진 룸의 뜨거운 열기를 극복하고 마모와 오염 등을 방지하는 등 내구성이 뛰어나다. 덕분에 뒤쪽 공간에 짐을 적재해도 안전하게 보호하고 운전석과 뒤편 사이에 격벽 없이 열 발생으로 인한 불편함을 없앴다.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실내.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실내. 정치연 기자

시동을 걸면 최고출력 620마력을 지닌 4.0ℓ V8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이 깨어난다. 7단 듀얼 클러치 SSG 자동 변속기와 결합한 이 엔진은 슈퍼카로서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민첩성을 보여준다. 엔진은 고음이 아닌 듣기 좋은 중저음을 뿜어낸다. 저속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만 중고속으로 속도를 높일수록 조용해진다.

최대토크는 엔진 회전수 5500rpm에서 6500rpm 사이에서 64.2㎏·m를 발휘한다. 출력과 토크가 높아 낮은 회전수에서도 얼마든 원하는 만큼 가속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은 3.2초에 불과하다. 200㎞/h까지는 9초가 소요되며 최고속도는 326㎞/h에 이른다. 차체 무게 대비 출력으로 환산하면 1톤당 405마력의 힘을 내는 셈이다.

맥라렌 GT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바워스 앤 윌킨스 스피커.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기어 박스.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기어 박스. 정치연 기자

장거리 주행을 염두에 둔 차량답게 승차감은 예상보다 훨씬 편안했다. 저속에서는 무난하게 과속 방지턱을 넘고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잡아준다. 맥라렌의 최신 프로액티브 댐핑 서스펜션 시스템 덕분이다. 다만 요철이 있는 구간에서는 운전석 시트 벨트 부분에서 잡소리가 들렸다. 이는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다.

맥라렌 GT는 기존 720S에도 적용한 차체 제어 소프트웨어(SW) 옵티멀 컨트롤 씨어리를 적용해 주변 환경과 도로 상황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한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트랙 세 가지를 제공한다. 모드에 따라 핸들링, 파워트레인, 기어 시프트, 서스펜션 세팅을 조절해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반응을 전달한다.

맥라렌 GT 휠과 타이어.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휠과 타이어.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맥라렌 GT. 정치연 기자

슈퍼카에서 빠질 수 없는 제동력도 우수하다. 제원상 200㎞/h에서 127m의 제동거리, 100㎞/h에서 32m의 제동거리를 확보한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을 채택했다. 저속 주행이나 교통 체증 구간에서 미세한 페달 조작만으로 가능하도록 설계해 복잡한 도심에서 운전 부담도 적다. 휠은 뒤쪽에 21인치 앞쪽에 20인치를 적용하고 타이어는 피렐리 P 제로를 장착해 접지력을 극대화했다.

연비도 놀라웠다. 슈퍼카는 효율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깨는 결과다. 공인 연비는 9.3㎞/ℓ 수준이나 80㎞/h 정속 주행 시 최고 11㎞/ℓ 수준의 연비를 나타냈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을 조합한 영향이다. 장거리 여행에도 충분한 연료 효율이다. 맥라렌 GT 가격은 2억8200만원으로 고객 주문 사양에 따라 달라진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