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로 승승장구했던 삼성전자 노트북이 3년 만에 역성장했다. 갑작스러운 수요 둔화와 재고 부담에 따른 공급 조절이 영향을 미쳤다. LG전자, 한국레노버, 한국HP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도 20%이상 출하량이 급감하며 수요 한파 직격탄을 맞았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2022년도 국내 노트북 출하량'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는 노트북 101만9000대를 출하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년 대비 20.6% 하락한 규모다. 삼성전자 연간 노트북 출하량이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며 높은 성장을 거듭했다. 2021년에는 출하량이 135만8000대에 이르렀다. 2017년(103만4000대) 이후 4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한데 이어 1994년 노트북 사업 개시 후 최고 실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2분기를 기점으로 국내 노트북 수요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출하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7.4%), 3분기(-20.3%), 4분기(-20.6%)까지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줄면서 하락곡선을 그렸다.
한때 삼성전자와 선두 다툼을 벌였던 LG전자도 수요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LG전자는 총 61만4000대를 출하, 전년 대비 25.1% 줄었다. 특히 노트북 성수기가 시작되는 4분기에만 34% 역성장했다. 한국레노버와 한국HP도 지난해 29만대, 14만8000대를 출하하며 전년 대비 각각 26.9%, 26.7% 줄었다.
이에 반해 애플코리아와 에이수스코리아는 출하량이 늘었다.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34만4000대를 출하, 전년 대비 31.2% 증가했다. 에이수스코리도 지난해 31만6000대를 출하하며 16.6% 성장했다. 다만 성장을 견인했던 경기도교육청 스마트기기 공급 물량이 하반기 들어 대폭 줄면서 3분기(-29.4%)·4분기(-63.3%)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성기를 맞은 국내 노트북 시장은 2021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369만1000대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작된 수요둔화가 이어지면서 연간 출하량은 전년 대비 3.2% 가량 줄어든 355만7000대에 그쳤다. 국내 노트북 출하량이 준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올해 역시 노트북 시장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격근무, 온라인 교육 등 노트북 수요를 견인했던 요소가 엔데믹 진입으로 상당부분 줄었다. 지난해 노트북 공급 과잉으로 대부분 업체가 막대한 재고를 안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여기에 상반기까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하락도 이어져 수요 반등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요 둔화 우려 속 노트북 업계는 연 초 아카데미 시즌을 맞아 신제품 출시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시장 1위 삼성전자는 연 초 출시한 '삼성 갤럭시북3 프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역대급 가성비 제품으로 화제를 일으키며 초도 물량이 완판되는 효과를 거뒀다. LG전자 역시 사상 첫 유기발광디이오드(OLED) 'LG 그램' 신제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 중이다. 에이수스·레노버·HP 등 외산 업체들은 게이밍 수요를 노려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요 한파에 맞설 계획이다.
노트북 업계 관계자는 “공공 부문에서 노트북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소비자 시장의 수요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요 회복과 재고 소진을 위해 업체들이 앞 다퉈 가격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어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노트북 시장 업체별 출하량(자료: 업계 취합)>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