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 방어권 보장 강화한다…조사관리관 신설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법집행 시스템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공정위 제공)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위 법집행 시스템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법집행 시스템 개선을 위해 사건처리 절차와 기준을 정비하고 이의제기 절차를 도입한다. 조사와 정책, 조사와 심판을 분리해 조사 분야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고 조사관리관을 신설한다.

공정위는 16일 이같은 내용의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법집행 시스템 개선과 조직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건 처리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 공문 구체화, 이의제기 절차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공정거래 법규 위반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현장 조사 공문에는 법 위반 혐의, 중점 조사대상 기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이미 자료를 수집했더라도 기업이 반환을 청구하면 심사위원회를 거쳐 반환·폐기하기로 했다. 조사 편의를 위해 법무팀 등 준법 지원 부서를 우선 조사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조사를 받는 기업이 사건 담당 국장과 과장을 만나는 예비 의견청취절차를 신설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심의를 2회 이상 실시해 변론권을 보장한다.

단계별 특별관리체계도 마련해 장기·시효 임박 사건을 관리하고 부서장 평가 때 처리 기간 준수 여부를 반영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가능한 13개월 이내로 사건을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동의의결, 분쟁 조정 등 대체적 수단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사건 기록물 관리 고도화, 조사 공무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 강화도 함께 추진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이 제고되면 공정위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법집행 시스템 개선을 뒷받침할 조직 개편도 단행한다. 조직 개편의 골자는 조사와 정책 업무를 함께 수행하던 사무처 산하의 9개 국을 조사 부서와 정책 부서로 분리하는 것이다. 사무처장(1급)과 같은 직급인 조사관리관을 신설해 조사 전담 부서를 지휘하도록 한다.

공정위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33년만이다. 공정위는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하면 조사 전담 부서는 시의성 높은 정책 이슈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 처리에 전념해 신속성, 책임성,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사와 정책을 담당하는 국의 수는 동일하게 구성할 계획이며, 과 및 인력 규모는 조사 분야 비중이 다소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다만 조직 효율화 일환으로 국장과 과장 자리를 하나씩 감축한다. 공정위 전체 인력 규모는 그대로 유지된다.

한 위원장은 “개편 이후에도 기존에 수행하던 모든 기능은 그대로 유지되며 특정 기능이나 역할이 축소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조사와 심판 부서 간 칸막이도 높인다. 조사 직원은 정책 부서를 거쳐야 심판 부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업무 공간도 분리한다.

공정위는 이날 발표한 조사·심의 제도 개선을 위해 상반기 중 조사·사건절차 규칙 등을 개정할 예정이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