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강진 피해를 돕는 척 모금을 받는 사기 계정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SNS 사기 계정들은 지진 피해 현장이나 구조대원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올리면서 후원금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지진 피해자들이 아닌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웠다.
일례로 한 틱톡 채널은 디지털 화폐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을 3시간 동안 진행하며 기부를 유도했다. 반파된 건물과 폭발음이 들리는 영상에는 “튀르키예를 돕자”, “튀르키예를 위한 기도를”같은 자막이 나왔으며 중국어로 기부를 유도하는 나레이션이 담겼다. 또 다른 틱톡 채널도 괴로워하는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기부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계정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 기부금이 어떻게,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BBC는 수익의 상당수가 틱톡에 돌아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기 계정에 사용된 이미지는 대부분 도용한 것이다. 괴로워하는 아이의 사진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자처럼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2018년 시리아 내전 당시 아프린(시리아 도시) 대량학살을 멈추라는 캠페인에 사용됐던 것이다.
트위터에서도 비슷한 모금 사기 계정이 생겼다. 한 트위터 계정은 소방관이 튀르키예 아이를 안고 있는 이미지와 함께 암호화폐 지갑 주소 2개가 적힌 게시글을 12시간 동안 8차례나 올렸다. 잘 보면 소방관의 손가락이 6개인데, 그리스 신문 OMEA는 이 사진이 에게해 소방대의 한 대원이 튀르키예로 파견된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AI를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트위터 계정이 올린 암호화폐 지갑 주소 중 하나는 2018년부터 사기 및 스팸 트윗에 사용된 것이며, 또 다른 주소는 불법 성인 콘텐츠와 함께 러시아 SNS인 VK에 게재됐던 것이다. BBC가 해당 계정에 연락을 취했지만 “기부금을 제대로 썼다는 것을 영수증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말만 할뿐 이후로 어떤 답변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부 계정은 돈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며 실시간으로 모인 금액을 밝혔는데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소프트웨어 공급망 관리업체 소나타이프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액스 샤르마는 "이 중 500달러는 계정 주인이 모금 활동이 진짜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돈을 보낸 것"이라며 속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후원금은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이나 국제 구호단체로 전달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은 현재 영수증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영수증이 필요한 사람은 대한적십자사나 유니세프를 통해 기부하면 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