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영면세점기업(CDFG) 인천공항 입찰 참여가 유력해지면서 면세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금력이 탄탄한 CDFG가 나설 경우 입찰가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입찰 실패도 가능한 상황이다. CDFG가 핵심 고객층인 중국 수요를 흡수할 경우 면세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CDFG는 지난주 주요 국내외 브랜드에 입점 확약서를 받았다. 이달 말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CDFG가 사업권 2개를 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CDFG가 화장품, 향수는 물론 패션, 부티크 회사까지 모두 의향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에서 대기업이 입찰할 수 있는 일반 사업권은 총 5개다. 주류·담배·화장품·향수를 판매할 수 있는 DF1~DF2 중 1개, 패션·부티크 등을 판매할 수 있는 DF3~DF5 중 1개 등 최대 2개까지 낙찰 받을 수 있다. 따낼 수 있는 사업권을 모두 확보해 인천공항 사업 이력은 물론 수익성까지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CDFG는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CDFG 매출은 약 12조8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약 10조원 이상 매출과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에 힘입어 코로나 기간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반면에 국내 면세점은 여력이 없다. 지난해 엔데믹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객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 했으며 롯데면세점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이달부터 임대료 감면 조치 해제에 따라 제1여객터미널(T1) 매장의 고정임대료를 지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CDFG의 국내 시장 진출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최대 고객층인 중국 유커(관광객), 따이공(보따리상) 수요를 모두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불고 있는 궈차오(애국소비) 문화가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찰스 첸 CDFG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세계면세협회(TFWA) 콘퍼런스에서 ”한국 면세 산업의 절반은 중국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CDFG가 국내에 자리 잡는다면 중국 관광객이 굳이 시내면세점으로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허 산업이라는 이유로 수수료까지 내며 관리를 받는데 외국 기업을 온전히 받아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부 판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면세 산업의 관문이나 다름 없는 인천공항 입찰 평가인 만큼 면세 산업 경쟁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정우 경희대 교수는 “CDFG는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며 “우리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접근할 것 인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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