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 예정된 만큼 부결을 위한 내부단속과 여론전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및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16일 오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대한법률 위반(뇌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구 부패방지법 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다.
검찰은 우선 위례·대장동 관련 의혹을 겨냥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211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했다고 봤다. 또 2014년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민간업자가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하는 등 7886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적정배당이익(672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확정이익 1830억 원만을 배당받도록 하는 등 489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끼쳤다고 보고 있다.
성남시프로축구단(성남FC) 의혹도 정조준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 소유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이 성남FC에 133.5억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도록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부단체를 끼워 넣는 등 범죄수익 발생원인을 가장했다고 봤다. 검찰 측은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대장동 민간업자가 이 대표 측에게 지분을 약정했다는 부정처사후수뢰 혐의와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았다는 뇌물·불법 정치자금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은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는 체포동의 요청을 받은 뒤 처음 개회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한다. 본회의 보고 이후에는 24시간~72시간 사이에 이를 표결해야 한다. 72시간을 넘기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결국 오는 2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보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후 빠르면 오는 28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재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체포동의안에 대한 '단속'에 들어갔다.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진 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같은 시간에 열리는 전국농어민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방탄'에 따른 정치적인 부담이 큰 탓이다. 비명계(비 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이탈표'도 걱정거리다.
다만 '자유표결'로 결정하더라도 체포동의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이 169석을 점유한 데다 이 대표에 우호적인 무소속 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펼친 검찰에 대한 반발과 체포동의 이유를 발표하게 될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호감을 표시하는 비명계 의원들도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봉암·김영삼·김대중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법치주의가 무너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에서 “주어진 권한으로 법 절차에 따라 지역을 개발하고 주민 숙원사업 해결하고 민간에게 넘어갈 과도한 개발 이익 일부를 성남시민들에게 되돌려준 것”이라며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 없고 부정한 돈을 단 한 푼 취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사법살인, 박정희 정권의 김영삼 의원 제명,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내란음모조작사건까지 독재권력은 진실을 조작하고 정적을 탄압했지만 결국 독재자는 단죄되었고 역사는 전진했다”며 “국내의 고통 외면하고 국가 권력을 정적제거에 악용하는 검찰독재 정권은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