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카카오의 SM엔터 지분 9.05% 인수와 하이브의 이수만 SM엔터 창업자 지분 14.8% 인수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이 창업자와 하이브, 이성수 SM엔터 공동대표가 각각 입장을 내고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SM엔터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카카오 '쩐의 전쟁'?
하이브가 내달 6일 이수만 창업자가 보유한 SM엔터 지분 14.8% 인수하면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주당 12만원 공개매수를 제안했지만 SM엔터 주가가 13만원 전후로 급등하며 일단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양측은 이 창업자가 카카오 지분 확보를 막기 위해 신청한 가처분 결과를 본 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하이브는 최대주주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경영권 강화에 필요한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하이브와 카카오 진영 간 본격 주식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양사 모두 최대주주 지위 확보와 경영권 확보를 위해 40% 이상 지분 확보를 목표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 진영의 경우 해외에서 1조2000억원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 우군으로 SM엔터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인수를 알리는 공시에 카카오의 인수 지위와 권리·의무를 카카오엔터에 양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변수다. 하이브가 당초 계획대로 SM엔터 지분 40% 이상을 확보할 경우 기업결합 심사는 필수다. 공정위는 하이브의 SM엔터 인수에 따라 독점이나 담합, 가격 통제, 소비자 선택권 제한, 신생 기업 진입·성장 방해 등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SM엔터와 하이브가 국내 4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독점 우려나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으로 기업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카카오가 지분 1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 이사회 구성 향방은
SM엔터 경영권 분쟁은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총에서 의결권은 지난해 말 기준 주식 수와 지분이 기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수만 창업자가 18.46%, 국민연금공단 8.96%, KB자산운용 5.12%, 이성수·탁영준 SM엔터 공동대표를 비롯해 등기임원이 0.67%의 SM엔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1∼2%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M엔터 이사회는 사내·외이사 각 3명, 기타비상무이사 1인으로 차기 이사회를 구성한다. 공동대표 사내이사 임기가 내달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사내·외이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앞장서온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를 추천하기로 했다.
SM엔터 최대주주에 오를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등 하이브 임원 3명을 사내이사로 제안했다. 사외이사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등 3인, 비상무이사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파트너, 비상근감사는 공인회계사 최규담 엔씨소프트 상무를 추천했다.
이 창업자가 18.46%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하이브 추천 이사진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액주주 지분이 약 70%라는 점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측은 소액주주 지지 확보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 등 쇄신안과 경영전략을 앞다퉈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SM엔터 지분을 대량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등 기업·기관 투자자 표심도 주목된다. 이 창업자 또는 SM엔터 현재 경영진 가운데 한 표를 던져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브가 지배구조 개선을 해결하고 양측 주주 제안에 차이가 크지 않으면 기존 주주가 하이브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주총 표대결 지분율을 원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필수
SM엔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주들이 희망하는 최우선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이다. 하이브가 이수만 창업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 종료 사실을 알렸지만 현재 경영진으로부터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창업자의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나 역외탈세 등이 대표적이다.
2021년 이수만 창업자는 SM엔터 본인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이후 계약 체결 직전에 번번이 무산된 이유가 결국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창업자가 SM엔터 내 경영권을 유지할 것을 희망했고 본인 소유 기업과 관계 개선 등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2021년 말 자사 소유 넷마블 지분 매각 등 이 창업자 지분 인수를 위한 실탄 확보 방안까지 강구했으나 계약 체결은 무산으로 돌아갔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 창업자 측의 새로운 조건 제시 등으로 계약이 답보상태였다.
하이브는 이 창업자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내 사외이사 위주 소위원회 설립, 준법지원인 제도 명문화, 경영사항에 대한 적극적 공시, 전자투표제 도입 등 주주권 행사에 유리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 창업자가 향후 3년간 개인 차원 해외 프로듀싱에 참가하는 것 외에 SM엔터 업무를 겸하지 않으며 복귀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재확인했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이 창업자가 라이크기획에 부당하게 일감몰아주기를 했고 과도한 개입으로 아티스트 컴백 일정을 늦췄다고 주장했다. 본인 이익을 위해 소속 가수를 동원했다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이 창업자와 손을 잡은 하이브가 SM엔터를 인수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이 창업자를 둘러싼 추가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과 SM엔터 주가, 사업에 미칠 영향 등이 내달 주총 소액주주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SM 유닛장 이하 재직자 208명으로 구성된 SM 평직원 협의체의 성명문도 변수다. 협의체는 이수만과 함께 적대적 M&A를 중단하라'며 이성수·탁영준 SM엔터 공동대표의 SM 3.0 계획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이브가 제안한 이사회 구성에 SM엔터를 철저히 배제해 자칫 SM엔터 특성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데다 불법·탈세 의혹을 받는 이 창업자와 손잡았다는 이유다.
한편 이 공동대표는 내달 주총 이후 대표이사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백의종군 뜻을 밝혔다. SM 3.0과 카카오의 지분 투자 등 일련의 과정이 이수만 창업자로 비롯된 잘못을 해결하기 위한 사심없는 결정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