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는 인슈어런스(보험)와 테크놀러지(기술)의 합성어로, 핀테크 영역 가운데 보험과 기술 융합을 일컬어 만든 용어다. 국내에서는 2015~2017년 많은 인슈어테크 업체가 생겨나며 새로운 디지털 채널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현재 보험업계 변화는 더디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정체된 보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한 과감한 시도와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각 보험사가 다이렉트 채널을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보험산업 전체 규모에서 차지하는 디지털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은 여전히 5% 이내다. 디지털 보험 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래 보험산업에서 주력 소비층이 될 MZ세대는 점점 보험과 멀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0대 미만 보험자산 보유율은 2020년 50%에서 2021년 36%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미 플랫폼 사업자에게 보험 중개 업무가 허용된 해외 사례에 비춰 규제 혁신과 인슈어테크 도전으로 보험산업의 성장을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합리적 소비와 투자를 지향하는 MZ세대 입장에서 보면 저성장과 경기 침체 국면에 있는 현 경제 상황에서 미래에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은 선호할 만한 투자 대상이 아니다. 수억원대 부동산 계약 서류보다 많은 보험 청약서류, 두꺼운 책 한 권 수준의 어려운 보험약관은 보험사와 금융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을 만든다.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자발적으로 상품을 비교하거나 실제 보상 사례나 후기를 확인하기 어려워 금융소비자가 노력을 들인 만큼 효익을 누리기 어렵다. 결국 합리적 금융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성비'를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보험업계도 가성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험산업 구조를 투자 관점에서 보면 예측할 수 없는 막연한 미래, 한정된 정보만으로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이 '깜깜이 투자'가 되지 않으려면 일단 금융소비자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용을 합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스스로 편리하게 비교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시점에 추천받고 혜택을 느낄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우선이다.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고 디지털 전용 상품으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상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대부분 다이렉트 보험상품은 오프라인에서 설계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작은 모바일 화면에 그대로 넣어 놓은 형태다. 화면도 복잡하고 용어도 어렵다.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상품 재구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암보험의 경우 보상하는 손해와 담보·특약을 나열하고 선택하는 방식보다는 암에 걸렸을 때 기본적으로는 모두 보상받는다는 전제 아래 보상받을 수 없는 특수 사례만 알려주는 방식이 사용자 입장에서 더 직관적이고 명쾌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한 보험상품 가격 책정이 필요하다. 상품 요율을 위한 기초통계를 마이데이터와 플랫폼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서 정밀한 가격 책정 체계를 갖추면 개인의 위험도에 딱 맞는 공정한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책정하기 위해 차주의 연령과 차종을 확인한다. 차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배기량 또는 차량 형태인데 차종이 사고 발생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사고 발생 위험과 더 연관되는 운전 습관을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한다면 더 정밀한 가격 책정 작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료라는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소비자가 보험 효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가입은 편리하게 하고, 실제 보상은 어려운 절차는 반드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후 보험금을 청구할 때 디지털로 편리하게 신청하고,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보상받은 후기도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전에 보험은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되는 인지산업이라고 했다. 이제는 종이 대신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 보험으로 진화해야 한다. 인슈어테크는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고, 보험산업의 유통구조를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차영 카카오페이 보험사업부문장 young.cha@kakaopay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