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와 원전 업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원전 수출이 올해 중대한 분기점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를 추진 중인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은 이르면 7월 타당성 조사에 돌입한다. 또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연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영국 윌파(Wylfa), 튀르키예 시노프(Sinop) 지역에 원전 수출을 타진한다.
원전업계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생태계 복원 정책에 따라 원전 수출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수십조원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까지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데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퐁트누프 원전의 기본계획을 심사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민간발전사 제팍(ZE PAK)에 퐁트누프 원전에 관한 밑그림을 담은 '더 플랜'을 전달했고, 제팍은 이 계획을 폴란드 정부에 제출했다. 폴란드 정부의 기본계획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르면 오는 7월 타당성조사를 시작할 전망이다. 타당성조사는 약 1년간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타당성조사를 완료하면 원전 부지와 원전 건설규모, 재원 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할 수 있다.
정부와 한수원은 퐁트누프 신규 원전 규모를 APR1400 기준 2~4기(2.8~5.6GW)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규모에 따라서 건설 비용만 14조~28조원에 이르고, 수주 효과는 이보다 클 전망이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위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1200㎿ 이하 급 가압 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최종 원전 3기 추가 건설도 타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체코 정부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원전업계는 체코 정부가 이르면 연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한전 또한 영국 윌파와 튀르키예 시노프 등에 원전 수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달 30일에서 지난 1일까지 튀르키예와 영국을 방문해 신규 원전 수출을 타진했다.
정 사장은 영국에서 가장 사업성이 좋다고 알려진 영국 윌파 지역의 국회의원을 만나 사업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을 24GW까지 확대할 계획인데, 윌파 지역이 사업성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대형 원전 2기를 윌파에 건설하면 경제성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튀르키예 원전 수출도 추진한다. 튀르키예 정부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예비제안서를 제출했고, 향후 튀르키예와 사업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기로 했다. 튀르키예 원전 지역 중 시노프 지역에 원전 수출을 타진한다.
원전업계는 최근의 원전 수출 활성화 분위기를 반기면서도 원전 수출 사업성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전업계 한 전문가는 “터키는 원전을 BOT 방식으로 지을 예정으로 20~30년 동안 운영한 후 수익을 얻어야 하고, 영국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때문에 일본은 사업에 참여하려다 단가가 안 맞아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한전은 경영개선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력이 분산된다”면서 “한전이 원전 수출 사업으로 단기 수익을 확보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표>우리나라 원전 수출 추진현황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등 취합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