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P, 석유·가스 생산 늘린다…국내 정유사 실적 '촉각'

[사진=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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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석유사인 영국 브리티시퍼트롤리엄(BP)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석유 생산을 확대키로 했다. 견고한 수요 전망에 따른 결정이다. 국내 정유사의 실적 개선에 긍정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BP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종전 계획보다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석유 수요 감소를 이유로 오는 2030년까지 생산량을 2019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BP는 구체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와 바이오, 수소, 전기차충전,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사업에 각 80억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성장과 이익을 동시에 거두겠다는 복안이다.

루니 CEO는 세계가 저탄소 에너지 외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면서 에너지전환과 현행 에너지 시스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유사 등) 고객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루니 CEO는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BP와 같은 메이저 업스트림(원유 탐사 및 생산) 업체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좌우되는 석유·가스 생산량은 국제 유가·천연가스 가격 및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석유 수요가 공급을 앞서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이익의 극대화가 기대되고, 석유제품 수요 강세까지 겹치면 정제 마진 확대로 실적 개선 폭이 커진다.

특히 올해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항공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석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 리오프닝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경우 안정적 석유제품 수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내 정유사의 호실적이 예상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으로 수출 기대감이 살아났다”면서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성 및 수익성을 확대하는 여러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