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미술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의 유명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작품이 한 VIP 관객의 실수로 산산조각 났다. 이 가운데 관객들은 일련의 과정이 행위예술인줄 알고 지켜보는 웃지 못할 소동도 벌어졌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6일 저녁 미국 마이애미에서 ‘아트 윈우드’ 아트페어 개막을 맞아 열린 VIP 프리뷰 행사에서 한 여성 방문객이 쿤스의 ‘풍선개’(Balloon Dog)를 손으로 두드려 떨어뜨렸다.
풍선개는 4만 2000달러(약 5400만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도자기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 관객의 부주의한 손길에 100조각 이상으로 부숴졌다.
처음엔 계획된 행위예술인 줄 알았던 다른 관객들은 직원들이 황급히 달려오고 이 여성의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을 보고 그제야 사고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조각을 깨뜨린 여성은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으며, 빨리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한 것으로 보였다고 이 작품을 전시한 벨에어파인아트 갤러리 측은 전했다.
쿤스가 만든 '풍선개' 작품은 모두 수천 점으로 다양한 색깔과 크기, 재료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깨진 작품은 높이 40cm, 길이 48cm의 파란색 자기 조각상이다.
쿤스는 살아있는 작가 중 최고 낙찰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예술가다. 지난 2013년에는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오렌지색 ‘풍선개’가 5840만 달러(756억 4000만원)라는 금액에 낙찰되며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이 9030만 달러(1169억 5700만원)로 쿤스의 기록을 깼으나, 쿤스의 또 다른 작품 ‘토끼’가 2019년 5월 9107만 5000달러(1179억 4200만원)에 판매되며 ‘살아있는 작가 중 최고 낙찰가’ 타이틀을 되찾아줬다.
박살난 ‘풍선개’ 조각들은 상자에 담겨 보험사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지만 깨진 조각이 판매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작품이 깨지는 장면을 목격한 미술작가 겸 수집가인 스티븐 갬슨은 갤러리 측에 깨진 조각을 팔 의향이 있냐고 물었고, 갤러리가 이를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드릭 보에로 벨에어파인아트갤러리 프랑스 지역 책임자는 이번 사고로 쿤스의 파란색 '풍선개' 조각이 799개에서 798개로 줄어 희소성과 가치가 높아졌다며 “수집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행위예술인줄 알고 아무도 안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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