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행사 기획 업무에 인공지능(AI)를 적극 활용한다. AI가 구매 빅데이터 기반으로 행사에 적합한 품목을 추천하고 적정 매입 물량을 정한다. 직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프로모션을 정교화하려는 시도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서울 왕십리점에서 진행한 '행사 고도화' 실증 테스트를 전 점포로 확대했다. DT본부에서 실험하고 있는 행사 고도화 전략은 과거 진행한 행사와 구매 패턴을 학습한 AI가 다음 번 행사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 수량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바이어는 AI가 추천한 품목을 바탕으로 행사 상품과 바잉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공산품 위주에서 소비자 구매 빈도가 높은 냉장 가공식품, 상온 간편식까지 적용 카테고리를 넓혔다. 상품을 매장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진열할지도 AI가 고안한다. 바이어는 마케팅 기획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고 상품 개발과 발굴, 매입 협상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이마트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행사 효율을 높이고 지역별·계절별로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데이터에 기반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과 실행 체계를 구축하려는 빅데이터 경영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AI 마케팅 전략도 더욱 고도화한다. 추천 상품 및 유형과 매출 등 행사 예상 결과를 바이어가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툴을 준비하고 있다. 체계적인 행사 계획 수립뿐만 아니라 협력사와의 협상 시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매출 외에도 고객 수, 재고금액 등 더욱 다양한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분석해 행사 상품 간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세화한다.
홈플러스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주 매출 상위 품목 가운데 50개 핵심 상품을 선정하고 가격을 경쟁사보다 낮추는 'AI 최저가격' 제도를 도입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추천 상품을 종합하고계절적 요소 등을 고려, 상품 담당자가 시즌 핵심 상품을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주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제주 천혜향, 팽이버섯, 생물주꾸미 등이 AI 최저가격에서 정한 대표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유통업체의 본질적 경쟁력인 차별화한 상품 개발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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