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살던 올하(67) 씨는 우유를 사러 나갔다가 미사일 공습으로 집 근처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튿날이었다.
2022년 4월 2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 마을에 사는 60대 남성 세르히 씨의 자택으로 미사일이 떨어졌다. 집에 있던 여섯 살 난 손녀는 다리 한쪽을 잃어버렸다. 그는 "내 집에서 이를 목격해야만 했다. 숨이 막히고 눈물이 흘렀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지난 12개월 동안 목숨을 잃거나 다친 민간인이 최소 2만1293명으로 확인됐다고 유엔 인원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2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는 "사망한 민간인들은 집에 있거나 물을 구하러 간다던가, 음식을 사러 가는 등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며 "민간인들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러한 수치는 러시아가 무력 공격을 시작한 지난해 2월 24일 이후 사람들에게 가해진 손실과 고통을 보여준다"면서도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상자의 90%는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폭발 무기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지뢰와 폭발물 잔재로 발생한 사상자도 3%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쟁의 참상을 훑어본 투르크 대표는 "추운 겨울 동안 전기와 물이 부족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1800만에 달하고, 1400만명은 집을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무의미한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미 가장 취약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고통이 더욱 심해졌다"며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며 엄청난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이 전쟁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