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서 10여년 만에 선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사전 계약 첫날 주력 품목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다. 가장 비싼 모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77형 OLED TV에 관심이 집중되며 대화면·고화질 트렌드를 재확인했다는 자체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시작된 2023년형 TV 예약 첫날 실적을 내부 집계한 결과 주력 품목인 '네오 QLED'와 '삼성 OLED TV'의 주문율이 절반씩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OLED TV 가운데에서는 77형 제품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9일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실시한 예약 행사에서 2023년형 네오QLED(8종), 삼성 OLED TV(3종), 더프레임(1종)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 10년 만에 국내시장에서 선보인 삼성 OLED TV는 55·65·77형 3종이 출격했다.
77형 OLED TV 모델은 예약 기간 최대 혜택가로 729만원에 판매된다. 2023년형 네오QLED 75형 8K 모델이 681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40만원 비싸다. 55·65형 OLED TV도 같은 크기 대인 2023년형 네오QLED 모델과 비교해 10만~20만원 높은 가격으로 예약 주문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임에도 주력 제품 못지않은 관심을 받는 것은 OLED TV에 대한 인식 확산과 10년 만의 국내 출시라는 매력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약 첫날인 만큼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현업 부서에서는 예상보다 높은 관심에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10년 전 뼈아픈 실패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OLED TV를 처음 출시했지만 이듬해 사업을 접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역에 판매한 수량은 1000대가 채 안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정보기술(IT) 기기에 비해 고가인 데다 교체 주기가 긴 TV 특성을 고려할 때 제한적인 예약 건수로 시장 트렌드나 반응을 분석하긴 어렵다”면서도 “10년 전과 비교해 OLED TV 시장이 대폭 커진 데다 디자인, 화질,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획기적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예약 분위기가 다음 달 공식 출시 이후에도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데다 지난해 국내를 제외하고 주요국에 출시한 삼성 OLED TV 성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출하한 OLED TV는 30만대가량이다. LG전자가 같은 해 출하한 올레드 TV(382만대) 1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전역에서 매장 전시, 프로모션은 물론 온라인 라이브방송 등 OLED TV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전반적 TV 수요 둔화 속에 프리미엄 전략 두 축으로 70형 이상·8K와 OLED TV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1일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TV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 경영진과 함께 올해 전략제품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OLED를 비롯해 마이크로LED TV 등 신제품을 시연하고 사용성과 소프트웨어 개선 현황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차세대 제품에 각별히 관심을 표하고 국내 핵심기술 보호와 시장 확대 전략 등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리모컨을 만지며 “사용자가 채널·볼륨키를 제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무심코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있는데 디자인할 때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제품을 둘러본 후 VD사업부 신입사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 회장은 “외국어 공부를 더 안 한 게 후회된다”며 “영어와 일본어는 하는데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중국어랑 불어도 공부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사고, 가치관, 역사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도 외국어를 더 공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억에 남는 출장지로는 파나마운하를 꼽으며 “거대한 풍경도 장관인데 인간의 지혜와 노동력으로 위대한 자연의 힘을 활용했다는 게 놀라웠다”고 답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7일에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17일에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는 등 현장 방문을 지속하고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