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외산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절반에 육박하는 4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외산 PLC 비중이 8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PLC는 '사람 두뇌'에 비유되는 자동화 설비 핵심 기기다. 컴퓨터 두뇌 역할을 하는 게 중앙처리장치(CPU)라면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스마트공장 두뇌이자 근간이 PLC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의 제조 라인에도 PLC는 필수다.
그럼에도 외산 의존도가 높다는 건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전적으로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 조달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스마트 공장과 제조 라인의 가동 제한 등도 불가피하다. 궁극적으로 스마트공장이 증가할수록 외산 PLC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면 우리나라 스마트공장은 그야말로 '속 빈 강정' 또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PLC 국산화 사례도 있고 레퍼런스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기업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외산 의존이 지속된 건 그동안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적었기 때문인 탓도 있다. 정부가 자동화 설비 관련 국책 사업 추진이나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스마트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확산으로 PLC 수요는 지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이 같은 흐름에 대처할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정부와 기업이 우리나라 PLC 경쟁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래 기술 개발 등 대책을 수립, 강력하게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 기업은 R&D로 PLC 경쟁력 제고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당장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PLC 개발과 확산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