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비대면진료 "이미 잘 쓰는데"...기존 서비스 막고 시범사업한다는 정부

尹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주문
복지부·의협, 재진 위주 운영 합의
한시 허용 중인 민간 사업과 유사
인프라 따로 구축·인력 부담 우려

정부가 응급소아환자에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소아의료개선대책으로 내놓은 가운데 정부 주도 시범사업이 아닌 민간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서울 서초구 닥터나우에서 개발자들이 비대면진료 앱 닥터나우 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정부가 응급소아환자에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소아의료개선대책으로 내놓은 가운데 정부 주도 시범사업이 아닌 민간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서울 서초구 닥터나우에서 개발자들이 비대면진료 앱 닥터나우 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30~40대 여성 이용자 진료과목 요청 비중비대면 진료 진료과목 요청 비중

정부가 추진키로 한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사업이 이미 민간에서 활성화한 사업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주도로 시범사업을 새로 할 것이 아니라 민간의 비대면 진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2일 소아의료개선대책을 발표하며 하반기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아의 갑작스러운 증상에 대해 의료인이 24시간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기관 안내를 비롯해 증상 상담, 처치 방법 등을 안내한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찾아 24시간 소아 전문 상담센터를 두고 “전화뿐만 아니라 24시간 영상 상담도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소아 전용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민간에서는 24시간 소아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1위 업체 닥터나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비대면 진료 요청 가운데 소아청소년과는 네 번째(13%)로 높았다. 특히 30~40대 여성 이용자 집단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이용 비중이 23.7%로 가장 높았다. 영·유아를 대신해 보호자가 접수하는 것이다.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 연관 과목까지 합치면 소아 비대면 진료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서는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간·새벽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민간 비대면 진료가 시한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에서 재진 위주 운영에 합의했다. 즉 앞으로는 병원을 방문해서 진료한 환자와 질병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한시적 허용은 비대면 진료 형태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제도화 과정에서 서비스 수준이 후퇴한 것이다. 복통, 고열, 기침 등 소아 환자에 빈번한 돌발 상황은 초진이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비대면 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한 개업의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아 24시간 상담시스템은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면 시범사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서 “기존 서비스를 막고 불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들여서 따로 소아 전용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갖추는 기이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상황을 살펴보며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소아의료개선대책은 별도로 진행하는 건”이라면서 “24시간 상담시스템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 진척 사항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세부 계획을 짜겠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도 “정부와 의협이 정확한 실태 확인 후 전방위 비대면 진료를 넓히는 쪽으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 비대면진료 "이미 잘 쓰는데"...기존 서비스 막고 시범사업한다는 정부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