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한 ‘마션’의 와트니 박사처럼 조만간 달로 향하는 우주인은 농사를 지을 작업복을 준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 향후에는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물을 모두 달의 토양에서 뽑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국(ESA)는 최근 노르웨이 우주농업기업 솔시스마이닝이 주도하는 ‘ESA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ESA는 과거에 조달된 달 시료를 분석한 결과, 달 표면에 있는 퍼석퍼석한 먼지 ‘레골리스’ 안에 질소화합물 외에도 식물 생장에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달 표면에 바로 농사를 짓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ESA는 전했다. 레골리스는 물이 있는 곳에 뭉쳐서 식물의 발아와 뿌리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제시된 방법이 있다. 바로 ‘수경재배’다. 흙이 없어도 식물 뿌리에 영양이 풍부한 물을 직접 공급해 식량을 마련한다는 아이디어다. 여기에 필요한 미네랄 영양소는 레골리스에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솔시스마이닝은 전했다.
ESA가 공개한 콘셉트 이미지를 보면 총 3개 시설이 나란히 정렬해 있다. 중앙 모듈이 레골리스에 화학적 처리를 가해 미네랄을 뽑아내는 장치다. 최종적으로 이를 물에 용해하면 수경재배 정원에서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물은 어디서 구할까? 바로 달의 극지방이다. 이 곳에는 얼음 상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극지방이 아르테미스 3호 착륙 지점이자 달 기지 건설 후보지로 꼽히는 이유다.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과 온도도 맞출 수 있다. 기온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레골리스로 주변을 덮고, 안정적으로 햇빛을 공급할 거울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오스트리아 기업 ‘뉴모셀’은 팽창식 시설 ‘뉴모 플래닛’을 제안한다. 기다란 직선 형태의 튜브를 팽창시켜 빠르게 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이다. 이 위에 레골리스를 올려 낮과 밤의 온도차를 이겨낸다. 또한 뚫린 천장 위에 비스듬히 대형 거울을 설치한다. 햇빛이 기지 안을 향해 수직으로 쏟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햇빛을 이용하면 전기도 만들 수 있다.
아직 산소 공급과 중력을 포함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우주 농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향후 우주에서의 ‘자급자족’도 기대해볼만 하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